#1. 문 닫는 아이의 이유
어느 순간 아이가 자신의 방문을 닫아걸고 열어주지 않는 시기가 온다. 그럴 때면 많은 부모들은 당황하게 되고, 그런 자녀를 어떻게 다루어줘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떤 부모는 닫아 건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가 아이를 혼내기도 하고, 또는 차마 열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왜 문을 닫는 걸까? 자녀가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가고, 청소년기가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방문을 굳게 닫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조용한 학습환경과 집중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방문을 닫고 공부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럴 때 부모가 이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문을 잠가버리고 부모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거나, 부모가 왠지 아이의 방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경험하게 된다면, 이는 아이가 문을 닫아 버린 원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이에게 있어 자신의 방문은 아이 자신의 마음의 문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부모를 향해 닫아버린 문은 바로 부모를 향해 닫아버린 자녀의 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이가 문을 닫아버리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면, 먼저, 아이는 보통 부모와 소통을 원하지 않을 때 문을 닫아버린다. 부모와 한바탕 말다툼을 한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세차게 닫아 버리고 들어가는 것은 부모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아이가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있을 때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몰래 스마트폰을 한다거나, 몰래 전화통화나 채팅을 하는 등 부모가 알게 되면 자신이 곤란할 수 있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의 문제, 즉 불안이나 우울감 등으로 인해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하면서 문을 닫기도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아이가 가정 내에서 자신이 쉽게 침해당하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여겨질 때, 자신의 방을 최후의 안전기지로 여기게 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문을 닫아버리고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주변과의 소통과 관계를 단절하고 자신만의 안전기지를 확보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2. 아이가 문을 닫아버릴 때 부모의 대처방법
아이가 문을 세게 닫고 들어가 버리거나, 문을 잠가 버리고, 부모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때, 부모는 먼저 살펴보아야 할 문제는 바로 우리 가족의 의사소통구조이다. 우리 가족이 과연 바람직한 의사소통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자녀가 소통을 단절할만한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가족의 의사소통 구조가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면, 자녀는 청소년기에 다가가게 되면서 점점 가족과의 소통에서 답답함과 무기력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럴 경우, 아이는 말문을 닫게 되고 더 이상 부모와 소통하기를 원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먼저 가족의 의사소통 구조에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며, 천천히 자녀와 건강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때 너무 갑작스럽게 아이에게 다가가게 되면 오히려 아이는 부담감을 느끼면서 더 뒤로 물러날 수 있다. 부모는 언제든지 자녀와 소통하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신뢰를 먼저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2023.07.03 - [우리 아이 왜 그럴까] - 부모의 양육태도: 자녀와의 의사소통 유형
자녀가 심리적인 우울감이나 불안 등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되고, 자신의 방으로 숨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 부모는 자녀의 심리적인 상태의 변화를 민감하게 살펴보아야 하며, 자녀의 일신상에 어떤 어려움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알아보아야 한다.
과거 상담했던 한 여학생은 항상 방문을 닫아걸고 자해를 하는 문제로 상담 의뢰되었었는데, 이때 부모는 가정에는 별 어려움이 없고 부모자녀관계도 나쁘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변해버린 딸의 모습에 매우 상심하고 힘들어했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답답해했었는데, 상담과정에서 이 여학생이 평소 알고 지내던 대학생 오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학생은 자신이 성폭행당한 사실을 부모가 알게 되면 매우 상심할 것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차마 부모에게는 알리지 못하고 혼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의 사례는 다소 극단적 사례이긴 하지만, 이처럼 자녀가 혼자 어떤 고민 속에서 불안해하며 해결방법을 몰라 우울감이 몰려오게 되면 심리적인 위축감과 무기력감으로 인해 회피반응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때 나타나는 모습이 바로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방 안에서 움츠려 있는 것이다. 이때 부모가 자녀의 심리상태의 변화를 감지하였다면 자녀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물어봐주고 기분을 살펴봐주어야 한다. 하지만 만약 부모가 지각하기에 다소 심각한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다 여겨진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아이가 자신의 안전기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문을 닫아버렸다면, 부모는 가족 내의 존중감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혹시 자녀의 방을 수시로 들락날락하며 자녀의 시간을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혹은 형제자매 간에 서로의 영역과 시간에 대해 지켜주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간혹 형제자매 간에 형이나 누나, 언니가 방에서 집중을 해야 하는 시간에 갑자기 어린 동생이 놀아달라거나 어떤 요구사항을 가지고 느닷없이 방에 들어와서 방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많은 누나형, 언니들은 아무리 해도 달라지지 않는 동생 때문에 무기력감과 좌절감을 경험하게 된다. 보통 초등학생인 첫째와 유치원생인 둘째가 있는 가정에서 종종 벌어지는 현상인데, 많은 초등학생인 첫째들이 이런 고충으로 자신의 방문을 걸어 잠그게 된다. 만약 이런 이유라면, 부모는 반드시 자녀 간의 지켜야 할 규칙과 영역을 구분시켜주어야 한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에 대해 존중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부모는 첫째 자녀가 집중하고 싶어 하는 그 시간과 공간에 대한 권리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
가정 내에 다소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때에도 자녀는 자신의 방을 안전기지로 여기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문을 걸어 잠글 수 있다. 이때 아이에게 있어서 자신의 방은 최후의 보루와 같은 공간이기에 부모는 이 공간에 대해 인정하고 지켜주어야 한다.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행위는 그 방마저 자녀에게는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여겨지게 만들기 때문에, 자녀는 더 이상 가정을 안전하지 않다 여기게 되고 집을 나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먼저 가정 내의 폭력적인 분위기가 제거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안정적이고 안전한 가정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적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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