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서란?
정서란 무엇인가에 대해 단적으로 묘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정서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를 하였는데, 많은 학자들이 다차원척도법(multidimensional scaling)이라고 하는 기법을 사용하여 인간의 경험에 대한 지도를 그렸다. 이러한 지도를 통해 정서에 대한 두 가지의 내용을 도출하였는데, 첫째, 정서 경험은 좋거나 나쁘다는 사실, 그리고 둘째, 이러한 경험들은 특징적인 수준의 신체 각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토대로 정서(emotion)는 특정한 생리적 활동 패턴과 연합되어 있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경험으로 정의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와 칼 랑게(Carl Lange)는 제임스-랑게 설(James-Lange Theory)에 의하면, 자극은 자율신경계에 활동을 일으키고, 이것은 다시 뇌에서 정서경험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Cannon(1927)은 몸의 반응보다 정서가 더 빨리 생기며, 종종 사람들은 심장박동률과 같이 신체 반응을 정확하게 탐지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하였다. 또한 비정서적인 자극들이 정서자극과 같은 패턴을 일으킬 수 있다면, 왜 사람은 열이 났을 때두려움을 느끼는가 의문을 제기하였으며, 사람들이 갖는 모든 독특한 정서 경험들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독특한 패턴의 자율신경 활동들은 없다고 주장하였다. Cannon의 이러한 주장 후 30여 년이 지난 후에 1962년, 스탠리 샤흐터(Stanley Schachter)와 제롬 싱어(Jerome Singer) 등의 학자는 이요인 이론(two-factor theory)을 통해 정서들이 생리적인 각성의 원인들에 관한 추측들에 근거한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그들이 두려워하리라고 생각하는 무엇인가가 나타났을 때 생리적으로 각성된다면, 그들은 그런 각성을 '공포'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모든 학자들의 주장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결론적으로, 우리의 신체활동과 정신 활동은 우리의 정서경험의 원인이자 결과라 할 수 있다. 그 상호작용의 정확한 본질을 이해하기는 아직은 충분하지 않지만 계속 우리의 정서의 자취를 뒤따라가면서 진보해 나갈 것이라 본다.
#2. 정서적인 뇌
하인리히 클뤼버(Heinrich Kluver)와 폴 부시(Paul Bucy)는 원숭이 연구를 통해 원숭이의 뇌의 특정부위에 손상이 일어나자 위험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좋고 나쁨에 대한 구별이 어려워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손상된 부위가 바로 편도체였는데, 이후 연구에서 편도체가 공포와 같은 정서를 생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편도체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면, 자극물에서 정서와 연관된 측면을 평가하는 평정(appraisal)을 통해 뇌는 두려워할 만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결정을 하게 된다. 편도체는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편도체는 본질적으로 매우 빠르고 예민한 위협 탐지기라 할 수 있는데(Whalen et al., 1998), 조세프 르두(Joseph LeDour, 2000)에 의하면, 자극물에 관한 정보가 뇌를 통과해 가는 경로를 살펴보니,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경로를 따라 동시에 전달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빠른 경로'는 시상에서 편도체로 바로 가는 반면, '느린 경로'는 시상에서 피질로, 그리고 그다음에 편도체로 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피질을 그 정보를 천천히 사용하여 자극의 정체와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는 동안에 편도체는 이미 시상으로부터 직접 그 정보를 받아 매우 빠르고 간단하게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피질이 이 정보를 처리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그 일을 끝낼 때, 편도체로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는 공포상태를 유지하라고 하거나, 속은 그것을 줄이라고 한다. 실험을 통해 피험자들에게 행복이나 슬픔, 공포, 분노와 같은 정서를 경험하라고 요구를 하면, 사람들은 변연계에서 활동의 증가와 피질에서의 활동감소를 보여준다(Damasio et al., 2000). 어떤 의미에서 편도체가 정서적 액셀을 밟으면, 피질은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피질 손상이 있는 어른 혹은 아이들이 자신의 정서를 억제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Stuss & Benson, 1986).
#3. 감정의 뇌: 변연계(Limbic system)
변연계는 인간의 동기부여나 감정과 학습, 그리고 기억에 관련된 뇌의 영역이다. 변연계는 대상회, 해마, 편도체, 시상하부로 이루어지며, 전전두엽까지 포함 확정되어 감정과 느낌을 형성한다. 시상하부는 주로 본능과 같은 일차적 감정을 처리하며, 전전두엽에서는 그러한 감정을 정서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변연계는 공간기억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해마곁이랑(parahippocampal gyrus), 심박수와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인지적인 과정과 주의집중 과정에 관여하는 대상회(cingulate gyrus), 기억과 관련된 해마(hippocampus)와 내 후각 피질(entorhinal cortex), 보상과 기쁨, 중동등과 관련된 측좌핵(nucleus accumbus), 의사결정과 관련된 안와전두엽피질(orbitofrontal cortex)등 인간의 가장 중요한 정서 및 기억 등을 관리하고 있다.
변연계는 동기부여와도 관련이 있는데, 우리가 어떤 일을 수행하였을 때, 그 일로 인하여 즐거움을 경험하게 되었다면 다시 재 경험하고 싶어 하게 되며, 이를 동기부여라고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평정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어떤 자극물에 대해 평가를 하게 되고 이 평가는 편도체로 전달이 되면서 우리는 즐거움을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 관련되는 것이 바로 변연계이다.
#4. 감정과 정서의 뇌가 시사하는 것.
자녀가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고, 공격적이거나 조절되지 않는 행동들을 나타낼 때, 많은 부모들은 그 행동과 표현에 집중을 하게 되고,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를 아이의 행동에서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 행동은 정서가 외부로 표현된 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자녀를 통해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바로 "정서"이다. 위에서 우리는 인간이 '정서'를 어떻게 지각하게 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인간의 정서는 뇌의 변연계, 편도체와 피질 등 우리의 뇌에서 경험되는 것이며, 뇌에서 경험되고 인지된 상태가 우리의 행동을 조율하게 된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녀의 뇌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이러한 과정을 이해한다면, 자녀의 행동과 조절되지 않는 감정들을 조절시키기 위해 어떤 신호를 보내야 할까?
자녀가 위험신호로 지각하거나, 자신에게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신호로 지각함으로써 이에 대한 방어적 수단으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자녀에게 그것이 더 이상 위협적이고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빨리 보내줌으로써 편도체와 피질에서 이를 수용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끔 상담실에 찾아오는 부모들 중에 자녀와 싸우는 부모들이 있다. 자녀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자녀를 훈육하는 것이 아닌 서로 싸우는 형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자녀에게 '지금 나는 너에게 적대적이고 공격적이야'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자녀의 뇌는 그 신호를 적대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더욱 분노감정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자녀의 행동과 감정을 조절시키고 싶다면 아이의 뇌를 이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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