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동기의 우울
일반적으로 성인기의 우울은 무기력한 모습과 공허함, 감정의 메마름, 식욕부진등의 모습을 나타낸다. 우울한 사람은 모든 일에 시큰둥하게 되며, 짜증을 잘 내게 되고, 만사 다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아이들의 우울은 어떤 모습일까? 상담실에 방문하는 아이들 중,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우울하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 그럴까? 먼저,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우울할 것이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다음으로는 우울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다 보니, 아동의 행동을 우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A는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흥분하고 분노를 참지 못한다. 화가 나면 수업시간에도 물건을 던지거나 소리를 질러서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음식을 보면 참지 못해 엄청난 식탐을 보이기도 하다. 그리고 종종 엄마에게 자신이 죽어버릴 것이라고 소리를 지르곤 한다.
위의 A의 사례를 보면 자칫 ADHD인가? 분노조절장애인가?라고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모두 A가 우울해서 발생한 문제들이다. 아동기의 우울은 자신의 고통과 심리적인 무기력감을 과민하게 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는 상당한 공격성과 폭력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 아동기의 우울의 양상
아동의 우울증상은 발달연령에 따라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유아기의 우울의 모습은 잦은 울음과 짜증, 반항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으며, 아동기의 우울은 산만하고 공격적인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청소년기에 다다르면 일반적인 우울증상의 모습을 나타내면서 자기 비하와 자존감의 저하, 심한 죄책감등의 정서상태를 보이게 된다. 특히 아동기의 우울의 양상은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모습이 주로 나타나다 보니, 많은 부모들은 이를 ADHD로 여기게 되고 병원을 방문하여 ADHD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ADHD 진단을 받고 상담실에 방문한 아동들 중 소아우울로 인한 ADHD 진단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우, 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는 아동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반드시 상담을 병행해서 아동이 우울을 경험하게 된 요인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3. 아동기의 우울의 원인
아동이 우울증 혹은 우울감을 경험하게 되는 원인을 매우 다양하며, 아동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다. 동일한 사건을 경험한 아이들 중, 어떤 아이는 그 일로 인해 우울해지지만, 어떤 아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간혹, 맞벌이 가정의 부모가 우울한 자녀를 데릭 와서 상담을 하는 경우, 다른 집도 거의 맞벌이를 하고, 그 집 아이들은 괜찮은데, 왜 우리 아이만 이렇게 유별난지 묻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런가? 그것은 아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들 마다 동일한 경험에 대해 다른 게 인식할 수 있고,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이 우울을 경험하게 되는 가장 첫 번째 원인은, 반복되는 좌절감과 죄책감이다. Erikson의 생애발달주기에서 영, 유아기(2세~ 6세)는 자율성을 경험하며 긍정적인 자기를 형성해 가는 시기이며, 목표를 세우고 주도적으로 이를 해결해 나가려는 시도를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자율성이 억압당하게 되고, 주도적인 자신의 행위가 좌절당하게 되면, 아이는 심한 수치감과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을 형성하게 되고, 자신이 나쁜 아이라는 죄의식을 형성하게 된다. 이 시기에 이런 부정적인 경험이 해결되지 못하고 내면에 축적되게 되면, 어느 순가부터 아동은 우울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가정환경의 문제이다. 부모의 방임, 혹은 학대, 부모의 잦은 갈등과 이혼, 지나치게 엄격한 양육방식이나 또는 과한 부모의 보호, 수직적인 의사소통 구조, 부모의 우울 등이 아동을 우울하게 만든다. 부모가 자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거나 또는 지나치게 허용적이게 되면, 자녀는 자신이 어떤 일을 성취하는 목표를 상실하게 되거나,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점점 무기력해지게 되고 답답함을 경험하게 되며, 내면에 우울감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부모의 갈등이나 가족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에도 아동은 부모의 갈등의 문제를 자신에게 내사함으로써 자신이 나쁜 자녀이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는 아동의 우울감의 원인이 된다. 지나친 과잉보호 역시 자녀를 우울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이는 자녀의 자율성을 침해하게 되고 의존적인 자녀로 성장하게 함으로써 자녀는 사회적인 위축감을 경험하고 우울감을 형성하게 된다. 우울한 부모 역시 자녀를 우울하게 한다. 부모의 우울감은 자칫 아동의 방임,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자녀와의 의사소통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자녀에게 우울감을 대물림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세 번째 원인은, 사회적 관계에서의 부정적 경험이다. 주로 유, 아동기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아직 관계기술이 발달하지 못하고, 타인 조망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유아기와 아동기 초기에 아이들은 또래관계를 형성하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된다. 또래와 갈등을 경험할 때,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되거나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 아이는 내면에 우울감을 형성할 수 있다. 그리고 학습과정에서 잦은 좌절을 경험하게 되면 아이는 열등감을 형성하게 되면서 우울감을 형성한다. 1학년 아동들이 우울과 학교부적응으로 상담을 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가 자녀에게 학업 스트레스를 일찍부터 주기 싫어서 글자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거나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입학을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학교를 들어가 보니 주변 친구들은 글자도 잘 쓰고 자신이 모르는 것들을 해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때 아이는 상당한 좌절감과 열등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우울해지는 것이다.
#4. 아동기의 우울 대처방법
아동기의 우울은 이후의 발달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사회적 관계형성에도 어려움을 초래하므로 빠른 시기에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아존중감을 형성하고 긍정적인 사회관계 경험을 통해 안정적인 발달을 이루어야 하는 아동기에 우울감은 아동의 학업성취를 방해함으로써 열등감을 높이며, 또래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잦은 좌절감과 거부감을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경험은 정서적인 불안정을 유발하게 되며, 비관적인 자기 개념을 형성하게 된다. 부정적인 자기 인식은 청소년기의 자아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이후 성인기 발달에까지 영향을 준다.
부모는 자녀의 행동이나 감정 변화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자녀가 이전과는 다른 감정변화를 보이고 있다면, 일단 이는 자녀의 심리상태에 어려움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녀가 평소보다 짜증을 많이 낸다거나, 침대에 누워있으려는 경향이 늘어나며, 방에만 있으려 하고,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고, '귀찮다', '모른다'등의 반응이 빈번해진다면, 우리 아이가 혹시 우울하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울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일시적으로 우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우울감이 일시적인 감정인지, 지속적인 감정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감정이라면, 부모의 긍정적인 지지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지속적인 감정이라면, 이는 단순히 지금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가 상당기간 내면에 축적되어 온 감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동의 우울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먼저, 전문적인 평가를 받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아동의 우울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심리평가를 통해 무엇이 근본적인 원인이지에 대해 심층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녀에게 심리적인 치료를 지원해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울에 대해서는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으로 한 상담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유, 아동의 경우에는 인지행동이론을 기반으로 한 미술치료, 놀이치료, 모래놀이치료 등, 매체를 적용한 심리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아동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왜곡된 사고를 인식하고 이를 합리적인 사고로 변화시켜 줌으로써, 내면의 우울을 유발하는 비합리적인 생각들을 변화시켜 주는 것이다.
아동의 우울증상이 심각한 경우에는 심리치료와 함께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세로토닌 조절을 위한 약물을 처방받음으로써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동의 주변환경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부모의 양육태도의 변화를 위한 부모 양육코칭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되며, 의사소통방식에도 변화를 줌으로써 좀 더 상호개방적인 의사소통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집안 분위기를 좀 더 활력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가족이 함께 자주 산책과 운동을 함으로써 전반적인 생활에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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