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민한 아이'에 대하여
부모가 양육을 할 때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유형의 자녀가 바로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들이다. 예민한 아이들은 감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호불호가 강하며,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 모를 때가 많아, 아이의 기분을 맞춰준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예민하게 만드는 걸까? 아이의 예민함은 부정적이기만 한 걸까? 아이들이 예민해지는 원인은 복합적이고 여러 가지로 나누어 한 가지를 집어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원인에서의 예민함이든 부모가 적절히 대처를 한다면 충분히 아이들의 예민함을 순기능으로 변화시켜 줄 수 있다.
#2. 아이가 예민해지는 이유
1) 기질의 문제
타고난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회피 수준이 높고, 자극추구 수준이 높으며, 사회적 민감성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경우의 아이들이 그러하다. 이러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욕구 수준이 높고, 호기심은 많지만, 두려움이 많고 소심한 면이 있어 자신의 욕구를 지연시키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내면에 답답함과 분노감이 상승되면서 짜증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기질의 문제로 예민해지는 아이들의 부정적인 정서반응은 대체로 본인 스스로에게 향하는 감정이다. 자신의 내면에 형성되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외부로 투사되면서 표현된다.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는 어떤 경우에는 진짜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다. 막연하게 싫고, 막연하게 원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모들이 이러한 아동의 욕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아이들도 불안정한 정서를 경험함으로써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2) 건강의 문제
건강상으로 취약한 아이도 예민해질 수 있다. 어른도 몸이 불편하고 어디가 아프며 쉽게 짜증이 유발되듯이, 아이들도 그렇다. 병을 앓고 있거나, 허약한 아이들은 몸이 생각을 따라주지 못하다 보니 쉽게 지치게 되고 예민해진다. 대체로 취약한 아동들의 부모는 자녀의 취약성 때문에 쉽게 자녀에게 굴복하는 측면이 있다 보니 자녀가 자신의 정서를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불편함을 적절하게 해소시키지 못한 채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게 된다.
3) 양육환경의 문제
아이가 성장발달을 하는 데 있어서 양육환경은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먼저, 부모가 역시 예민한 성향일 경우, 자녀에 대한 상호작용이 예민하게 작용하게 되는데, 부모의 예민한 반응이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학습됨으로써 자녀는 예민한 성향을 형성하게 된다. 또는 부모의 양육태도가 비일관적인 경우, 자녀는 정서적 안정감을 획득하지 못함으로써 불안과 정서적 혼란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예민한 성향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가정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부모가 우울감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다소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분위기인 경우에도 자녀는 예민함을 나타낼 수 있다. 즉, 불안정한 가정환경과 부모의 양육태도는 자녀의 예민함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고 있는 지역의 특성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동이 성장발달하고 있는 거주지 주변의 환경이 소음이 많거나 어수선한 분위기, 긴장감이 높은 지역인 경우, 자녀는 예민함을 형성할 수 있다.
4) 자녀 본인의 정서문제
아이가 어느 날부터 예민함이 나타났다면, 기질의 문제라기보다는 아이의 현재 정서적 상황이 불안정함을 시사한다. 평소 안 그러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예민해지고 까칠한 반응을 나타낸다면, 부모는 자녀의 일신상에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은 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아동은 또래 관계에서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사와의 갈등, 성적문제, 잦은 욕구의 좌절 경험 등으로 인해 불안정한 정서상태를 형성하게 되고, 이는 타인에게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3. 예민한 아이에게 대처하기
일반적으로 아이가 예민함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부모는 처음에는 좋게 좋게 해결하려고 아이를 다독이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예민함이 점점 심해지면, 결국 부모는 포기하고 마음대로 하라고 하거나, 혹은 강하게 혼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해결되는 것은 별로 없고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된다.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아이의 예민함을 유발하는 원인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무엇 때문에 예민한 것인지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 확인을 해야 한다.
아이의 예민함이 기질의 문제라고 한다면, 그 아이의 기질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질에 맞는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은 두려움과 불안을 동반하게 되는데, 자신이 무엇인가를 잘못 선택하면 어떻게 할까? 자신이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하나? 틀리면 어떻게 하나? 등 미리 염려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그러한 상황에 왔을 때 자동적으로 불안정서가 형성이 되면서 까칠함이 올라오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예민해지는 원인이 어떤 것에 대한 불안과 연관되어 있다면, 먼저 공감과 감정코칭을 통해 아동의 불안을 감소시켜 주고 정서적 안정감을 획득시켜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은 부모가 그 예민함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더 강한 정서적 반응으로 대처하게 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쉽다. 아이가 예민하게 굴 때, 부모는 한 발짝 떨어져서 좀 더 차분하고 객관적인 입장으로 자녀에게 반응을 해주어야 한다. 충분히 자녀의 감정을 공감을 해 주 돼 일관적인 원칙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예민함이 건강 및 신체적 취약함의 문제라면, 부모는 자신의 양육태도가 지나치게 허용적이지는 않은지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다소 약한 잣대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자녀는 자신의 감정의 경계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는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일관적으로 자녀에게 어디까지 자신을 표출할 수 있고, 어느 정도가 지켜야 할 선인지를 분명히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상의 허약함으로 인해 유발되는 예민함이기에 자녀가 좀 더 건강한 신체와 정서적 건강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운동과 산책, 양질의 음식섭취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양육환경에 의해 유발되는 예민함이라면, 부모는 자신의 양육태도에 대한 점검을 받아보아야 한다. 양육태도 검사나 양육코칭을 통해 전문가로부터 양육에 대한 점검을 받고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실제로, 상담과정에서 부모의 양육태도가 조금만 변해도 많은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부모 자신의 정서적 상태가 불안정하다면 부모 자신의 정서적 안정감을 위한 변화를 가져야 한다. 간혹, 자녀의 정서적 불안과 예민함 때문에 상담을 오게 된 경우, 그 원인이 부모의 양육태도와 부모의 정서적인 문제일 때, 부모는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부모들은 자신은 문제가 없으며, 아이만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문제 원인이 부모에게 있다면, 자녀가 아무리 상담을 받는다 할지라도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변환경의 문제라면, 부모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정서적인 불안을 유발하는 주변환경은 장기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 본인의 정서적인 문제로 인한 예민함이라면, 부모는 자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들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혹, 강박적인 사고로 인해 예민함을 나타내고 있다면, 부모는 자녀를 엄청난 불안을 유발하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봐야 한다. 강박적인 사고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예술 활동이나 신체활동을 통해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만약, 자녀가 또래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경험하고, 이로 인한 예민함이 유발되었다면, 또래 관계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때 부모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자녀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방법을 제시해 주며, 독려해주어야 한다. 대체적으로 자녀 본인의 정서적인 문제는 내적인 불안과 이로 인한 분노감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심리평가를 받아보고, 자녀가 정서적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4. 예민한 아이의 장점
'예민한 아이'는 다르게 말하면,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각이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예민함'은 이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주면 상당한 순기능을 나타낼 수 있다. 예민하기 때문에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으며, 세심하게 볼 수 있고, 꼼꼼하고, 타인 지각을 잘 할 수 있다. 감각이 민감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보니 창의성이 높고, 자신을 상당히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조심스러우며 구조화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환경에서는 꽤 자신의 긍정적 에너지를 많이 발휘할 수 있다. 자녀가 옷 하나 고르는데 까탈스럽게 예민하게 군다면, 이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옷을 고르는데 매우 감각적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고르는데 매우 열정적이라고 봐주는 것은 어떨까? 조금 입맛에 맞지 않다고 이내 짜증을 부리는 아이를 미식가와 같은 민감한 입맛을 가졌다고 봐주면 어떨까? 아이는 부모가 그것을 장점으로 봐 주면, 그것을 긍정적으로 강화하지만, 단점으로 보면, 아이는 동일한 그것을 부정적으로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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