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존감이 낮은 아이
자존감은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의 줄임말로,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고 스스로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자존감은 자신감과는 다른 의미로 자신감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다. 자신감은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의미하지만,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신뢰감뿐 아니라 자신의 가치에 대해 존중하고,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자신만만할 뿐 만 아니라 실패나 좌절에 대해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위축되거나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대체로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개념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를 비하하기도 하고 부정적인 자신을 회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실패나 좌절에 취약하고, 자신이 잘하지 못할 것 같은 일들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존감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위축감을 많이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하게 되고 불편하게 생각한다. 이로 인해 점점 더 사회성 발달에 지연이 초래된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자신이 잘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잘하는 것, 자신 있는 것만 하려는 경향을 보이다 보니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사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더 개발하고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쉽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낮게 평가하다 보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앞서게 된다. 이로 인해 새로운 경험이나 도전들에 대해 불편함과 두려움, 공포감을 경험하게 되고 회피하려는 경향을 많이 보인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 낮다 보니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불확실한 것들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갈등상황이나 어려운 상황들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실생활에서 좌절감이나 실패감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다 보니 무력감을 많이 느끼게 되고,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며,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그리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타인의 평가에 매우 민감하여 사소한 비판이나 조언에도 쉽게 분노하고 상처를 받는다.
#2.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
아이들이 자존감이 낮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가정에서의 양육환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발달과정에서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많은 부정적인 감정경험들이 주된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일으키는 크고 작은 실수들이나 실패들에 대해 어떤 반응들을 경험하였는지가 중요한 요인이 되며, 얼마나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스스로의 효능감을 많이 경험하였는지가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부모가 자녀의 노력이나 행동 등에 대해 별로 인정하지 않고, 그 가치를 폄하하게 된다면, 아이는 자신의 가치를 매우 낮게 형성하게 된다.
5세 아이가 주방일을 하는 엄마를 보고 엄마 옆에 가서 엄마가 하는 일을 따라 해보려고 한다. 그러다가 그만 컵을 떨어뜨려서 깨뜨리고 말았다. 화가 난 엄마는 아이에게 쓸데없이 엄마 옆에 와서 일을 벌여 놓았다고 소리를 치고, 주방 밖으로 나가라고 하고 투덜거리며 깨진 그릇을 치운다.
위 사례에서 아마도 아이는 상당한 좌절감과 수치감을 경험했을 것이다. 의도치 않게 컵을 깨뜨림으로 인해 좌절감과 부끄러움, 당황스러움을 경험하게 되었을 것이며, 엄마의 화난 말들로 인해 좌절감과 수치감을 또 경험했을 것이다. 아이는 자신이 일부러 컵을 깨려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실수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상당한 낮은 가치를 형성하게 되었을 것이다.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의 기질적인 부분도 영향이 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 낯선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높은 위험회피 수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더 많은 위축감과 좌절감을 경험하기 쉽다. 그러다 보니 낮은 자극추구 수준과 높은 위험회피 수준, 낮은 사회적 민감성을 기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좀 더 자존감 향상에 취약해질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부모나 주변으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 경험을 했다고 한다면, 더더욱 그 자존감은 바닥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지나친 조심스러움과 부끄러움, 소심함이 주변으로부터 더 많은 부정적인 피드백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인 자기 경험, 즉 혼나고, 비난받고, 좌절하고,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한 그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내면에 축적되면서 아이는 자신에 대해 무가치함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이 그다지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모와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가정 내 부모의 갈등이나 폭력적인 환경도 아이의 낮은 자존감에 중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영, 유아기의 아이들은 부모가 서로 갈등을 나타내게 되면, 이를 자신의 탓으로 귀인 시키는 경향이 있다. 즉, 나 때문에 엄마와 아빠가 사이가 나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아이가 자기 존재의 가치를 경험하는데 상당한 부정적인 경험이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갈등으로 인해 자신의 태어난 의미부터 망가져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생애 초기부터 이런 경험을 한 아이는 근원적인 자기 존재에 대한 무가치함을 경험하게 되다 보니 상당히 오랜 기간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고 그 무기력함은 애무 깊게 자리 잡게 되어 이를 해결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3.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우리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아이에 대한 존중감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존재에 대한 존중감을 나타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녀에게 존중하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말을 할 때 상당히 함부로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 마음에 장난스러운 말투, 마치 그 또래 아이들이나 쓸법한 말투로 아이에게 말을 하게 되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존중한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존칭을 쓰며 말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화를 하게 된다면 좀 더 예의 있는 말들을 사용하게 된다.
"야~! 네가 엄마 말 안 들으면 엄마도 똑같이 네 말 안 들어줄 거야~!"
엄마는 아이에게 이 말을 할 때의 의도는 그러니까 '네가 먼저 엄마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한다'는 의미였겠지만, 아이는 이 말에서 엄마를 자신과 동급으로 여기게 된다. 아이가 엄마 말을 듣고 따르는 것은 엄마가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일과는 별개의 일이다. 왜냐하면, 자녀가 부모의 말에 존중하고 따르고자 하는 마음은 마땅히 부모자녀 관계에서 배워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아이의 욕구를 들어주는 것과 동급으로 여기고 이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아이는 이후 '엄마가 내 요구 들어주지 않으면 나도 엄마 말을 듣지 않을 거야'라고 나오게 되는 것이다.
"A야~! 좀 더 엄마 말을 네가 들어주면 좋겠구나. A가 엄마의 말을 들어준다면 엄마의 마음에 참 좋을 것 같고, A도 그러면 더 즐거워질 것 같은데~"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책임감을 경험하게 하는 것에 대해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책임감은 아이가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을 때 형성이 된다. 아이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경험하게 되는 갈등문제, 협력문제, 그리고 과업을 해 나가는데 경험하게 되는 여러 어려움들에 대해 아이가 스스로 방법을 찾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때, 아이는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높게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상담실에서 부모들이 많이 아이와 갈등하는 문제가 숙제와 관련된 갈등 들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숙제를 하라고 하고, 아이는 숙제는 하지 않고 딴짓을 하다가 혼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그러면 아이는 결국 울면서 혹은 화내면서 투덜거리며 숙제를 한다. 이 숙제는 누구의 숙제이며, 누구를 위한 숙제인가? 그 숙제는 아이의 숙제이며, 그 숙제로 인해 성장하는 것은 바로 그 아이 자신이다. 많은 부모들은 이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아이에게 숙제를 했냐, 안 했냐로 실랑이를 할 것이 아니라, 너는 너의 숙제에 대해 책임을 다했는가, 노력을 했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 숙제를 안 함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은 엄마가 아니라 바로 아이 너 자신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그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많은 아이들의 낮은 자존감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바로 실패감과 좌절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패하거나 좌절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하고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기에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잘 못하는 나, 부족한 나에 대해 직면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의 특징은 부족하고 잘하지 못하는 자신을 회피한다. 그러다 보니 과장된 자기상을 형성하게 되고, 부족함에 대해 누군가 지적을 하게 되면 쉽게 분노하게 된다. 하지만 높은 자존감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부족한 자신도 자기의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즉, 부족한 나도 인정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는 자녀가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였을 때, 이를 직시하고 그래도 노력했던 부분들에 대해 인정하고 격려하는 말을 해 주어야 한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의 관심사나 능력에 대해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또한 바로 존중의 자세이다. 부모가 보기에 대수롭지 않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관심사나 능력이라 할지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아이 스스로가 중요한 가치를 부여한 일이기에 이에 대해 존중하고 부모가 관심을 보여주는 일은 아이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높게 인식하게 하는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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