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제, 자매 간 갈등
부모가 아이들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흔하게 맞닥뜨리게 되는 장면이 바로 형제들 간의 다툼상황이다. 자녀가 한 명만 있을 때는 이런 문제를 경험하지 못하다가 둘째, 셋째가 태어난 후에는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럴 때 자칫 부모가 잘못 중재를 하거나 개입을 하게 되면,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들이 남게 된다. 따라서 아이들 간의 갈등상황에 부모는 정말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상담실에 가장 많이 찾아오는 사례 중 하나는 오빠가 여동생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이다. 첫째인 오빠가 어느 날 갑자기 여동생이 생기게 되고, 호기심 반, 질투심 반으로 행하는 행동들로 인해 부모로부터 잦은 꾸지람을 듣게 되면서, 오빠는 점점 여동생을 미워하게 된다. 예전에 상담했던 한 친구는 초등학교 5학년인데 자신보다 3살이 어린 여동생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5학년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미워하고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 친구가 동생을 싫어하는 이유는 자신의 여동생이 너무 얄밉고 자기만 알기 때문에 싫다는 것이었다. 비단, 오빠와 여동생뿐 아니라, 동성 간에도 이러한 첫째와 둘째 간의 질투와 다툼은 비일비재하다.
동성 형제나 자매 간에도 서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거나, 어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경쟁을 하며 다투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럴 때 많은 부모님들은 두 가지 양상을 나타내는데, 더 어린 동생의 편을 들고 첫째에게 양보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나무라거나, 혹은 첫째의 편을 들고 동생에게 윗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것에 대해 나무라는 것이다. 즉. A 가 옳으냐 B가 옳으냐로 판단하고 잘못의 판가름을 내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서로 부모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원망하고 더 큰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2. 갈등의 원인
형제와 자매들 간의 다툼은 사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러한 갈등을 통해 아이들은 서로 조율하고 협상하며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갈등이 제대로 중재되지 못하고 감정의 앙금이 해결되지 못하게 되면 이후의 또 다른 감정적인 분쟁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며, 이후의 관계형성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아이들 간에 갈등이 일어나는 주된 원인으로, 첫 번째는 자원에 대한 경쟁심이다.
형제와 자매들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공유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주의와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된다. 또한 동일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으며, 장난감이나 여러 가정 내 자원들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된다. 대부분 첫째들은 모든 것이 자신의 차지였던 상황에서 갑자기 어느 날 동생이라는 존재가 나타나서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 침해당했다고 여기게 된다. 이때 아이는 동생을 나와 함께 공생하는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경쟁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유아기의 아이는 발달과정상 아직 타인조망이 어려운 인지 수준을 가지고 있기에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게 됨으로써 더더욱 이러한 인식은 강화된다. 이때 부모가 형이니까 양보해야 된다고 말을 하게 되면, 아이는 이 관계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도저히 이해는 안 되지만, 엄마가 양보하라고 하니까 눈물을 머금고 화를 참으며 양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모호한 역할과 발달시기에 따른 이해부족이다.
유아의 경우, 아직 유목 및 서열화 인식이 부족하고, 자기 중심성이 더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공평함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형과 동생이라는 개념을 인식하고 이를 관계에 적용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보니 부모가 더 어린 동생을 보호하고, 양보하도록 요구한다거나, 혹은 형이니까 말을 잘 들어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아이들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게 때문에 형이라서 간식을 더 준다거나, 혹은 동생이기 때문에 장난감을 더 가지고 논다거나 하는 일에 대해서 아이들은 공평하지 못하고 자신들에게 매우 부당하다고 여기게 되며, 이로 인해 상대방을 미워하게 된다.
세 번째는 아이들의 개별적 기질의 차이이다.
아무리 같은 부모의 자녀들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은 각각 다 다른 기질과 성격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기질이 다른 형제들 간에 자주 다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형은 매우 정적인 성향인데 반해 동생이 매우 활동적인 성향이라고 한다면, 활동적인 동생 때문에 형은 매우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쉽다. 어린아이들일수록 이러한 서로 다름의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자주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3. 부모가 갈등에 대처하는 자세
부모가 자녀의 다툼에 개입하는 가장 좋은 시기는 사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개입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관찰할 때 '조만간 저러다 다툼이 일어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 바로 아이들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전환시키거나 놀이를 중단시키고 서로를 분리시킴으로써 다툼이 발생할 여지를 차단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실제로 부모 역시 바쁜 생활 속에서 아이들을 계속 주시할 수는 없기에 대체로 이미 다툼이 발생하고, 서로 울고불고 난리를 칠 때가 돼서야 부모들이 개입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아이들의 다툼으로 정신없는 상황에서 부모가 냉정하고 차분하게 중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부모는 잠깐 호흡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아이들을 중재해야 한다. 부모 역시 큰소리를 내게 되면, 그 큰 소리로 인해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까지도 감정이 격앙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모가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 아이들의 고조된 감정도 낮아지게 된다.
형제와 자매 간의 갈등을 줄이거나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부모는 일상생활에서 아이들 간의 규칙을 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서열이나 타인조망이 어려운 유아의 경우에도 부모는 반복적으로 정확한 규칙을 제시해 줌으로써 아이가 자연스럽게 관계에서의 기다림이나 배분에 대한 원칙을 학습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다투게 되는 경우에는 미리 그 장난감들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 놀 수 있는 적절한 규칙을 세워 주고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먼저 가지고 노는 아이가 다른 형제 역시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 고 싶어 할 경우, 일정시간(10분이나 15분 정도)을 더 가지고 논 후에 다른 형제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양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장난감을 원하는 다른 형제도 먼저 가지고 노는 형제가 정해진 시간까지 놀 수 있도록 기다리는 훈련을 하게 한다. 이 외에도 여러 상황에 대한 규칙들을 세워줌으로써 부모는 아이들이 이러한 원칙들을 세우고 지켜나감으로써 배려와 양보를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때 매우 중요한 원칙이 있는데, 이는 바로 동일한 규칙과 기준의 적용이다. 어떤 자녀에게든 더 어리다고 특별대우를 해준다거나, 더 형이기 때문에 더 엄격한 원칙을 적용한다면, 아이들은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더라도 일정한 경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간혹 형이나 누나의 공간에 동생들이 무단으로 침입함으로써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누나가 공부하고 있는 방에 어린 동생이 갑자기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서 훼방을 놓게 되면, 누나는 동생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부모는 같은 가정 내에서라도 자녀들의 함께하는 공간과 혼자만의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해 주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상대의 공간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상대의 동의를 구하고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경계는 공간뿐 아니라 사람 간에도, 물건에도 반드시 필요한 원칙인데, 다투더라도 서로의 신체에 대해 공격하지 않기, 상대의 물건을 만지거나 사용할 때는 반드시 상대의 허락을 구하기 등의 원칙을 세워 사람 간에는 지켜야 할 경계가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부모는 형제와 자매 간의 다툼에서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누구 한쪽 편을 들게 된다거나, 혹은 서로를 비교하게 되면 이는 더더욱 서로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누가 잘못했고, 누가 옳고를 판가름하면서 그렇지 않은 아이를 나무라게 되는데, 이는 지극히 부모중심적인 방법일 뿐이다. 아직 자기 중심성을 가지고 있는 유아일수록 이러한 부모의 반응에 상당한 분노감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하기보다는 서로 입장에 대해서 공감을 해주고, 현시점에서의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찾아주는 것이 더 좋다. 만약 누군가를 비난하고 혼을 내게 되면, 그 비난받은 아이는 비록 부모 입장에서 그 아이의 잘못이 더 크다 할지라도 부모의 의견에 절대 수긍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모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을 형성하게 된다.
부모는 아이들 간의 다툼을 갈등해결방법을 학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충분히 아이들 간에는 다툴 수 있지만, 이를 적절하게 해결하는 법은 부모가 알려주어야 한다. 부모는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갈등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서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아이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주 어린 유아들의 경우에는 부모가 적절한 방법들을 제시해 주는 것이 좋지만, 유아 후기와 아동기의 아이들의 경우에는 아이들 스스로가 좋은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함께 해결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아이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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