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또래관계
또래관계의 형성은 학령기 아동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로 이후의 발달과정에서의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주제이다. 또래관계란 자신과 유사한 연령의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관계로서 또래의 친구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다양한 대화와 협상, 문제해결 등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배워나가게 된다. 유아기까지의 아이는 또래관계보다는 아직은 자기 중심성이 더 많은 시기이다 보니 개인적인 발달에 더 초점이 주어지지만, 아동기에 들어서게 되면, 타인조망이 가능해지고, 인지적인 발달 수준이 향상되면서, 유사한 발달연령의 아이들 속에서 정서적, 사회적인 지지경험과 갈등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아이는 자기 인식과 자아개념을 발달시켜 나가게 되며, 또래와의 긍정적인 관계형성을 통해 높은 자기 존중감을 형성하게 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거나,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자녀를 둔 부모가 간혹 상담실에 와서 친구 사귀는 문제로 고민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친구를 자 사귀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적극적으로 학부모 모임에 가입을 하고 서로서로 친구로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친구들을 물색해서 일부러 집에 초대를 하게 되고 심지어 파자마 파티도 열어주며 자녀에게 좋은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부모들이 그렇게 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만큼 친구를 사귀는 일이 아이의 성장발달에 중요한 과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와는 다르게 동네 골목문화가 거의 사라진 요즘 시대에서는 아이들의 자신들의 또래친구를 만드는 기회가 많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또래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끔 상담현장에서 부모님들이 내 아이는 왜 그렇게 친구 사귀는 것을 어려워하는가 고민을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내 아이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곤 한다.
또래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또래관계가 사회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무인도에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이상, 사회적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은 우리의 삶의 질적인 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성인기의 사회적인 관계 형성의 질은 바로 아동기의 또래관계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아동기의 또래관계 형성은 매우 중요한 과업이 되는 것이다. 학령기 아동이 또래관계에서 부정적인 경험과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면, 이후의 발달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부정적 사회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 친구 사귀기 어려운 이유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또래관계의 형성, 즉 친구를 사귀는 일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매우 어렵게 느껴지는 숙제와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내 아이가 친구들과도 잘 사귀고 대화도 잘하고 잘 어울리고, 협력도 잘한다면 좋을 텐데, 이것이 그렇게 어려운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친구 사귀는데 어려움을 경험하는 데에는 먼저, 아이의 기질적인 측면을 들 수 있다. 기질적으로 소극적이고,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쉽게 느끼는 아이들은 처음 사람을 대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형성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활달하고 외향적인 아이들에 비해 또래관계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되고 친구 사귀는 것을 어려워하게 된다. 특히 만약에 상대방이 매우 적극적이고 외향적으로 느껴지면,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친구들은 이를 더 부담스럽게 경험하게 됨으로써 더 관계에 위축되게 된다. 부끄러움이 많고, 여러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성적인 아이들은 처음 학교에 입학한 후에 또래관계 형성에 상당한 고전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가정 내 양육환경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부모가 지나치게 과보호하는 경우, 혹은 폭력적이거나 방임적인 양육태도일 경우이다. 부모가 지나치게 자녀를 간섭하고 감독하며 과보호하는 경우, 자녀는 부모 외의 타인과 협력하고 협상하는 면에서 취약해진다. 그래서 학교 생활에서 다른 또래 친구들과 더불어 활동하는 부분에 대해 불편함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한 갈등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반대로 부모가 지나치게 억압적이거나 폭력적이며, 혹은 방임적인 경우, 아이는 성장과정에서 타인과 긍정적인 상호작용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취약하기 때문에 학교생활에서 다른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잘 타협하고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로 인해 주변과 잦은 마찰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아이 개인의 경험도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아이가 유아기에 가정이나 유치원에서 또래와의 관계에서 부적절한 경험을 하였거나 이로 인한 트라우마가 형성되어 있다면, 아동기에 친구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혹은 학교 내에서 또래와의 관계에서 폭력을 경험하였거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경험하였다면, 이러한 경험들이 이후의 대인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3. 좋은 또래관계 형성을 위한 방법
또래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하는 이유가 아이의 기질적인 문제라면, 부모는 섣불리 강하게 아이에게 친구 사귀는 문제에 대해 접근해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에게 부모가 억지로 친구를 만들어주고, 여러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 아이가 참여하게 하는 등 무리하게 자녀에게 사회적 관계를 요구하게 되면, 아이는 이를 상당한 부담과 스트레스로 경험하게 돼서 오히려 더 위축되고 불안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기질적인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아이가 경험할 어려움과 스트레스들에 대해 공감해주어야 한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라 해서 친구 사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내면에서는 친구를 정말 잘 사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단지 어려워할 뿐이다. 따라서 부모는 그 아이의 어려워하는 마음을 잘 보듬어주고 아이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어야 한다. 아이가 부모와의 대화 속에서 공감을 경험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되면 용기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래관계 형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양육환경의 문제라면, 부모는 자신의 양육태도에 대한 전문적인 점검과 코칭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자녀가 기질적으로 소극적이거나 내성적인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친구를 사귀는 모습이 불안정하고, 의존적이며, 위축되어 있다면 혹시 부모 자신들의 양육태도의 모습을 어떤지 점검을 해보아야 한다. 만약, 부모의 양육태도가 지나치게 간섭적이고 과잉보호를 하고 있다면, 좀 더 부모는 자녀에게 자율성을 허용해 주고, 자녀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친구관계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녀에게 부모가 이를 해결해주려 하지 말고, 자녀의 어려움에 공감을 해주고 귀를 기울여 주되,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노력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대체로 양육태도의 문제로 인해 또래관계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친구들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데 취약한 경우가 많으며, 친구에게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좀 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개별성과 자율성을 성장시키고 부모의 양육태도의 변화를 통해 자녀가 좀 더 자아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가 학교폭력이나 어떤 트라우마 경험을 통해 또래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면, 이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특히 학교폭력의 경험은 아동의 이후의 발달과정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트라우마는 이후 사회적 관계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정신과적인 치료를 요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은 부모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가 필요하며, 친구 사귀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이 절대 문제가 아님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고 충분히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음을 부모와의 안정적인 소통 가운데 경험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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