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 우는 아이
툭하면 우는 아이가 있다. 마음에 안 들어서 울고, 화가 나서 울고, 뜻대로 안 돼서 울고, 속상해서 울고... 잘 우는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우는 것으로 소통하려는 특징을 가진다. 엄마가 아이에게 과제를 내주었는데, 아이가 느닷없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엄마가 이유를 묻지만 대답조차 하지 않고 눈물만 흘린다. 결구, 엄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화를 내거나,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는 그래도 계속 눈물을 흘린다.
어떤 아이는 말이 막히거나, 무엇인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무조건 눈물부터 흘린다. 눈물을 멈추고 차근차근하라고 해도 일단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입을 닫아버리고 하지도, 안 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상태로 고집을 피운다. 엄마는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아이도 있지만 크게 소리를 지르며 우는 아이들도 있다. 이러한 아이들은 화를 내듯이 소리를 치며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주변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결국 부모가 아이에게 굴복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눈물만 흘리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한다. 이럴 때는 정말 속수무책이다.
#2. 울음의 의미와 원인
일반적으로 눈물은 슬플 때 흘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눈물은 결코 슬플 때만 흐르지 않는다. 눈물이 나고 울게 되는 상황을 보면, 슬픔 때문에 울기도 하지만, 화가 났을 때 분노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답답함으로 인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또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당황해서 울기도 한다. 즉, 우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유아의 경우에는 아직 감정지각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지금 자신이 어떤 감정을 경험해서 눈물을 흘리는지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눈물은 그 기저의 감정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고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을 때가 많다. 어린 유아의 경우, 아직 언어발달이 부족하다 보니 자신의 욕구나 불편한 감정들을 언어적으로 표현하는데 한계를 경험하게 되고, 그래서 자신의 그러한 불편한 마음을 우는 모습으로 표현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울음의 주된 원인이 분노감정과 연관되어 있다. 분노감정은 자신에 대한 분노와 타인에 대한 분노가 있는데, 대체로 자신에 대한 분노감정으로 눈물이 나는 경우가 많다. 타인에게 화가 났다기보다 스스로 화가 났을 때 더 많이 우는 모습을 보인다.
기질적으로 완벽주의적이고 예민하며,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들이 더 많이 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높은 가치기준과 욕구 수준을 스스로 형성하고 있다 보니, 자기 기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스스로에 대한 상당한 좌절감과 분노감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를 우는 것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만들기를 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화가 나서 울거나, 가위질이 뜻대로 잘 되지 않아서 속상해서 울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는데 언니보다 조금 못 그린 것 같아서 울기도 한다. 주로 자신이 더 나은 성취를 획득하지 못했다고 여길 때 화가 나고 눈물로 표출한다.
아이들은 울음을 도구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울음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하고, 관심을 끌기도 한다. 눈물을 흘리면 하기 싫은 과제를 안 해도 되고, 눈물을 흘리면 동생에게 향하던 엄마의 관심이 나에게 향하게 된다. 도구적으로 사용하는 눈물은 부모의 감정반응이 아무리 부정적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자신의 목적만 달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울고불고 난리를 쳐서 실랑이를 하다 결국 화를 내고 다툰 후, 결국에는 너 마음대로 하라고 소리를 쳤는데, 정작 아이는 그 말을 듣고 방에 들어가서는 룰루랄라 게임을 하거나 친구와 톡으로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보이니까 정말 당황스럽고 황당해요.
울음을 도구로 사용하는 아이들은 부모가 아무리 화를 내더라도, 자신이 목적한 결과를 달성하게 된다면, 부모의 혼냄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부모가 화를 내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고 여기게 된다.
#3. 잘 우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불편함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는 먼저 아이가 무엇 때문에 우는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어떤 신체적인 불편함 때문인지, 욕구가 잘 해결되지 않아서인지, 답답함이나 화가 나서인지, 혹은 관심이 필요해서인지 등, 그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만 그에 맞는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간혹 부모들은 아이에게 왜 우는지 물어도 도통 대답을 하지 않아 왜 우는지 알 수가 없다며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왜 우는지 명확하게 언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아마 그 아이는 굳이 울 필요까지도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왜 그러는지 모르기 때문에 울기 때문이다. 이때, 부모는 탐정이 되어야 한다. 아이가 우는 상황의 앞뒤 사정을 잘 살피고 그 속에서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아이가 울고 있는 전후사정 속에서 아이가 답답해서인지, 속상해서인지, 힘들어서인지 등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부모가 유추한 가설에 대해 아이에게 물어봐 주는 것이다.
엄마가 보니 네가 빨리 숙제를 마치고 게임을 하고 싶은데,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하고 짜증이 난 것 같은데?
혹시 그것 때문에 화가 나서 눈물이 나는 걸까?
엄마가 유추한 사실이 정확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유추와 확인과정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줄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할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왜 우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면, 부모는 그저 '네가 지금 무언가 때문에 많이 마음이 불편한 것 같구나. 그래서 눈물이 나는 것 같네.'라고 불편한 마음에 대한 공감의 표현만 해주어도 괜찮다. 이때, 부모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눈물을 도구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구분을 하는 것인데, 아이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할 때, 화를 내듯이 운다면, 부모는 잠시 감정을 추스르는 시간을 허용해 줄 수 있지만,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야 함을 원칙으로 세우고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내가 아무리 울어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규칙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혹은 감정조절에 어려움이 있다면, 부모는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지를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의 울음에 대해 지나치게 비난을 하거나 놀리는 등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어서는 안 되며, 충분히 화가 나거나 슬프면 울 수 있음을 공감해 주되, 다음에는 화가 나거나 슬플 때 어떻게 하면 더 잘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잘 해소할 수 있는지 더 나은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눈물을 흘리고 조절이 되지 않을 때, 천천히 호흡을 하고 숨을 고르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울 때 부모가 더 크게 다그치고 화를 내게 되면, 그 감정은 조절되지 않고 억압이 되는 것이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따라서 부모는 현재 아이의 감정이 고조되어 있다면, 천천히 호흡과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감정을 다시 가라앉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진정이 된 다음에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격한 분노의 울음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있다. 물건을 던지고 방바닥에 뒹굴고, 마치 생떼를 부리듯이 소리를 지르며 운다. 이럴 때 부모는 정말 속수무책이 되는데, 이때 부모는 아이의 울음에 굴복하기가 쉽다. 왜냐하면, 이러한 울음을 표현하는 경우 주변, 이웃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여기게 되기 때문에, 빨리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아이의 요구조건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점점 그 울음이 강한 자신의 무기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부모는 아이의 울음에 반응하지 않는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쫓아다니면서 울어도 부모는 "엄마는 우는 것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을 거야. 네가 울음을 그치고 엄마에게 차분히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네 이야기를 들을 거야"라고 아이에게 단호하게 이야기한 후 아이의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무시해야 한다. 그리고 울음이 잦아들고, 아이의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고 도와주어야 한다. 과거 한 내담아동은 거의 3시간가량을 소리를 지르며 울었는데, 상담자의 코칭을 받은 부모는 그 시간을 꾹 참아서 결국은 아이의 울면서 떼쓰는 습관을 고친 경우가 있었다. 부모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완벽주의, 까다로운 기질로 인해 잘 우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는 아이의 높은 가치와 기대 수준을 낮추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한두 번 만에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며, 부모 역시 아이에 대해 낮은 기대 수준을 가지고 노력한 것에 대해 더 초점을 두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성취욕구가 강하고, 승부욕이 강한 아이들도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을 때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인해 울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아이가 노력한 것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좌절 경험에 대해서도 그 속에서 좋은 교훈을 찾고, 그것이 삶에 좋은 경험임을 아이에게 알려주어서 좌절을 더 큰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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