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아하는 것만 하려는 아이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만 하려는 아이가 있다. 대체로 이러한 아이들은 부모가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것, 낯선 것, 좋아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단호하게 거절하고 불편함을 표시한다. 공룡에게 지나치게 빠진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에게 부모가 공룡 외의 장난감을 제시하게 되면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려는 아이는 달라지는 상황을 매우 싫어하며, 그런 상황에 대해 어떤 경우에는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그리려는 아이가 있다. 전쟁 장면만 그리려는 아이, 좋아하는 로봇만 그리려는 아이, 공주만 그리려는 아이, 색을 칠하는 것을 거부하고 선으로만 그리려는 아이, 사람 그리기를 거부하고 풍경만 그리려는 아이 등등. 이런 아이들에게 부모가 다른 것을 그려보게 하거나 색을 칠하도록 지시하면 강하게 거부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부모는 이런 아이들에게 몇 번 권하다가 이내 포기하게 되고, 우리 아이는 좋아하는 것만 그리려고 한다고 여기게 된다.
좋아하는 활동만 하려는 아이가 있다. 레고 만들기에 꽂혀서 레고만 만들려는 아이, 혼자 학습하는 것을 더 좋아해서 학교 그룹활동에 동참하지 않으려는 아이, 꾸미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만들기나 그리기는 거부하는 아이 등등, 자신이 선호하고 좋아하는 혹은 잘하는 활동 외에는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 부모나 교사는 지도하는데 애를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활동만 하려는 아이는 요지부동인 데다 급기야는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선호하는, 잘하는 것만 하려는 아이들은 왜 그런 걸까? 대체로 좋아하는 것만 하려는 아이들은 융통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융통성이 부족하다 보니 빨리빨리 행동이나 사고가 전환되지 못하고, 무언가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는 경직되고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융통성"이란 상황에 따라 일을 막힘없이 이리저리 잘 처리하는 재주 또는 능력을 말하는데, 다르게 말하면 '유연성'이라고도 말한다. 사고나 행동에 유연함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변화하는 상황에 상당히 탄력적으로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변화된 상황에 탄력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다 보니 경직되고, 그 변화를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긍정적인 성장발달에 여러 중요한 요인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자아 탄력성이다. 자아탄력성이란 개인이 갈등상황이나 스트레스 경험에 대해 탄력적으로 적응하며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자아탄력성이 높은 친구들은 불안한 환경에서도 스스로를 잘 다독이며 빨리 그 상황에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자아탄력성이 낮은 아이들은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다 보니 융통성이 부족하게 되고, 새로운 도전이나 갈등을 경험하게 되는 상황을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융통성이 부족하고 좋아하는 것만 하려는 아이는 그렇다 보니 확장된 사고를 하지 못하고, 시야가 좁으며, 사고의 폭이 좁아 좀 더 넓은 의미에서의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된다. 사고의 폭이 좁게 되면, 왜곡된 사고를 하기가 쉽고, 쉽게 오해하거나 편협한 사고를 하기 쉽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기 쉽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부정적인 피드백 경험을 많이 하게 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 및 우울감을 경험하게 됨으로써 점점 자아성장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려는 아이, 좋아하는 걸 한다는데 그것이 무슨 큰 문제인가 싶겠지만, 좋아하는 것도 하지만, 주변과의 어울림 속에서 여러 분야에 대해서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그것만 하려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그것 외에 다른 많은 경험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그 문제가 유, 아동기에 나타나는 모습이라면, 이는 부모가 좀 더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고 지도할 필요가 있다.
#2. 융통성을 키워 관심사를 넓혀주기 위한 방법
융통성이 있는 아이들은 대체로 새로운 상황이나 변화에 쉽게 적응하고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불확실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안정감을 가지고 호기심과 탐구심을 나타낸다. 이러한 안정감은 아이가 타인과의 소통에 좀 더 자신감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래서 융통성이 있는 아이들은 타인과의 협력과 소통이 원활한 편이다.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융통성이 없는 아이가 되는 이유는 기질적인 요소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한다. 소극적이고 위험에 대해 회피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더 변화에 탄력적이지 못하다. 그렇다 보니 이러한 친구들은 대체로 낮은 융통성을 보인다. 또 다른 이유는 가정환경의 문제이다. 지나치게 가정 내 양육환경이 강압적이거나 경직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 아이는 성장과정에서 지나치게 자신을 억압하고 방어하는 성격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는 사고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어떤 새로운 도전이나 경험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을 경우에도 아이는 잘하는 것만 하려는 경향으로 변할 수 있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나타내게 되는데, 용기를 내어 도전을 했는데,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아이는 다시는 절대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평가에 예민한 아이인 경우, 더더욱 잘하지 못할 것이라 예측되는 일에 대해서는 절대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는다.
아이의 융통성을 길러주고,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로 넓혀주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의 거부적인 모습에 굴복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 물론 아이가 매우 심하게 거부하는 경우에 너무 강압적으로 이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아예 포기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차근차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
실패와 좌절이 두려워서, 완벽하지 않는 나를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좋아하는 것만 하려는 아이에게는 실패의 경험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과 지지, 격력가 필요하다. 실패를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음을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혹시 부모가 아이가 성취했을 때만 칭찬하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양육태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어떤 엉뚱한 답을 내어 놓았더라도, 그것이 설사 부모의 생각과 다를지라도 절대 비난하거나 질책하지 말고, 그런 생각을 한 이유에 대해 아이의 의견을 들어보고, 그 생각을 지지해 주며, 좀 더 확장된 사고를 통해 새로운 답을 유추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자신의 것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각도, 다른 경험도 모두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타인도 좋아할 수 있으며, 타인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하게 될 수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어린 유아나 아동기 초기의 아이들의 경우, 그 아이가 좋아하는 관심사에 부모가 동참해 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지지와 관심을 보여주고, 거기에 부모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첨가해 나간다면, 그 가운데 함께 관심사를 공유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아이도 부모를 이해하고 관심사의 분야를 좀 더 확장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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