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노에 대하여: 정의와 요인
분노(Anger)는 개인이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거나 해를 입을 때 이를 지각 후 나타나는 정상적인 감정이다. 일반적으로 분노감정은 생후 3개월 정도에 처음 나타나게 되는 만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분노감정은 나에게 닥치는 위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수단이 되며,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나타나는 분노감정은 위력이 막강하다 보니 자신 분만 아니라 주변에 상당히 위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며 위해를 가하게 되어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렇게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의 분노감정을 지나치게 억압시키는 경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최근 들어 환경에서 경험하게 되는 스트레스 요인들이 많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어떤 때 분노를 경험하게 될까? 연구조사에 따르면, 아동들이 가장 분노를 경험하게 되는 것은 자신이 침해당했다고 여겨졌을 때라고 한다. 자신의 영역, 자신의 물건, 자신의 시간, 자신의 생각 등 나의 소유라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간섭 및 방해, 억압등의 침해가 이루어지고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분노감정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유아기의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다른 친구가 가져가게 되거나, 혹은 놀고 있는 영역에 다른 친구가 끼어들었을 때 화가 나게 된다. 아동은 가정에서 동생이 자신의 방에 불쑥불쑥 들어온다거나,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혹은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대화에 다른 친구가 끼어들어 자신의 대화가 중단되게 되거나 등등...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분노를 경험하게 되는 일들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또 다른 요인은 환경적인 영향에 의해서이다. 가정환경이 폭력적이거나 혹은 공격적인 분위기라고 한다면, 아동은 그 속에서 성장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분노감정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이를 정당하게 인식하게 된다. 특히 부모의 폭력적인 양육태도는 학대의 양상을 나타내게 되기 때문에, 이에 노출되는 자녀는 자연스럽게 공격을 학습하게 되며, 조절되지 않는 정서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됨으로써 더욱 내적 분노가 높게 형성된다.
#2. 분노반응과 유형
분노감정이 유발되면 어떤 반응이 우리 몸에 나타나는지 살펴보면, 일단 호흡에 빠르게 변하게 되며 근육의 긴장이 촉진되게 된다. 심박수가 증가하여 교감신경계가 활성되며, 혈압이 상승된다. 긴장된 근육으로 인해 경련이 일어나기도 하고, 분노유발 상태는 스트레스 상태를 유발하기 때문에 혈당이 증가한다. 또한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졸이 분비된다. 이러한 변화는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변화로 경험되게 되며, 부정적인 반응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 몸의 변화는 사실 분노감정을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알림 기능이기도 하다. 내 몸에 분노의 알림이 울리면 우리는 내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빨리 내 감정을 조절하는 스위치를 켜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 알림을 알아차리지 못함으로 인해 분노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공격적인 행동이 표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분노감정을 표현할 때, 이를 질책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녀가 보이는 반응이 분노감정임을 일깨워주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하버드 대 심리학과에서 연구한 분노의 유형에 대해 살펴보면, 파괴성 분노, 자책성 분노, 습관성 분노, 은폐성 분노가 있다. 파괴성 분노는 일단 화가 나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고 반드시 되갚아 줌으로써 상대방을 좌절시키는 유형이다. 자책성 분노는 모든 잘못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여기고 삶의 희망을 잃어 우울해지는 유형이다. 습관성 분노는 습관적으로 화를 내는 유형으로 어떤 특정 사건에 대해 화를 내기보다는 일상이 늘 화가 나있는 모습이다. 은폐성 분노는 실제로 내면에는 최고조의 분노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를 절대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웃는 얼굴로 자신을 위장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실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통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3. 아동의 분노표현과 조절
아직 자기 조절력이 잘 형성되지 않은 유, 아동은 자신이 경험하는 부정적인 정서들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강한 정서경험일수록 더욱 강력하게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유아는 화가 나면, 울기, 떼쓰기, 때리기, 물건 던지기, 드러누워 발버둥 치기, 소리 지르기 등의 표현을 통해 자신이 매우 화가 났다는 것을 주변에 알린다. 유아기에 표출되는 분노반응들에 대해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고 훈육하는가에 따라 이후의 분노표현방식에 영향을 받게 된다.
분노표현방식은 분노-억제, 분노-표출, 분노-조절의 유형으로 나타난다. 분노-억제는 자신의 분노를 자기 내부로 돌리거나 분노유발 상황과 관련된 사고나 기억, 그리고 분노 자체의 감정을 부정한다. 이 유형의 아동은 화가 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언제나 화가 난 상태에서 생활하고 분노를 억압하고 있으며, 어떤 촉발 사건에 의해 폭발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분노-표출은 자신의 분노를 환경 속의 타인이나 대상에게 나타내는 경우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분노를 공격적으로 표현하여 주변에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게 된다. 분노-조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분노감정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분노를 다스리고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유아기의 분노감정에 대해 부모가 지나치게 억압적으로 훈육을 하게 된다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게 됨으로써 분노-억압의 표현방식을 습득하게 된다. 만약, 부모가 자녀의 분노감정을 제대로 조절시키지 못하고 방임하게 된다면, 아동은 분노-표출의 방식을 나타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유아에게 자신의 감정을 인식시키고, 그 감정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해 준다면, 자녀는 분노-조절의 표현방식을 습득하게 된다.
자신이 뜻대로 되지 않아 부모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등 분노표현을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조차 교사에게 대들기 일쑤이고, 지나치게 화가 나면 심지어 의자를 내던지는 등의 파괴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같은 반 친구들은 그 아이를 피하기 시작하고, 나쁜 아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어 그 아이는 점점 행동이 더 과격해진다.
위의 사례의 아동은 무엇 때문에 조절되지 않는 분노를 형성하게 되었을까? 이 아동은 성장과정에서 부모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였으며, 부모로부터 적절한 조절방법을 배우지 못하였다. 부모의 양육태도가 상당히 비일관적이다 보니 어떤 때는 혼을 내지만 어떤 때는 내버려 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부모의 양육코칭을 통해, 양육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아동의 감정을 존중하면서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부모가 모델링이 되어주자, 아동은 차차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아동이 자신의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고 억압하거나, 표출하게 되는 경우, 주변과의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하게 됨으로써 심리적인 위축, 불안, 우울감, 그리고 낮은 자아존중감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조절되지 못한 분노감정은 이후의 성장발달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분노를 지나치게 억압하거나, 아동이 자신의 분노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또는 표현하지 못한다면, 아동은 위기의 상황에서 자기주장을 잘 표현하지 못할 수 있으며, 갈등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분노는 때로는 어떤 일을 성취하는 데 원동력의 역할을 하기도 하며, 적극적인 소통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표현은 억압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부모는 분노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식하고 아동이 분노감정을 경험하고 있을 때, 이를 기회로 아동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알려주어야 한다.
자녀가 화가 나 있다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원인을 먼저 살펴보고, 자녀의 감정에 공감을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분노유발 시 나타나는 근육의 긴장과 호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호흡을 하게 하거나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분노를 유발한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부모가 다시 재해석을 해주어야 한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그때 어떻게 했으면 달라질 수 있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잠시 그 감정에서 멀어져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다.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프로를 보거나, 혹은 맛있는 간식을 먹는 등의 행동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노조절장애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증상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나친 공격성으로 나타나게 되고 파괴적이고 자해행동을 하기도 하는 분노조절장애의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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