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표현이 서툰 아이: 원인과 대처방법

 

감정표현이 서툰 아이

 

아이들은 유아기에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표현하면서 자기감정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자기 개념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기에 자신의 감정에 대해 명확한 개념을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 아이들은 이후의 성장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은 정서조절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감정이 화난 감정인지, 슬픈 감정인지, 불안한 감정인지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모호해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자신의 정확한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화가 남에도 그것이 화난 감정인지 모르게 그것을 슬픔으로 인식하여 우울해지기도 하고, 불안한 감정을 화난 감정으로 지각하고 짜증을 내거나 분노표현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1. 감정표현이 서툰 아이의 특징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보인다. 아이가 칭얼대면서 짜증을 부리고 있을 때, 부모가 아이에게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지금 어떤 마음인지를 물어도 아이는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인지를 언어화하여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잘 모른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표현이 서툰 아이들은 정확하게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인지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명확하게 말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툰 아이들은 언어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자신의 감정을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게 된다. 현재 경험하고 있는 감정을 표정이나 몸짓을 통해 표현하는데, 때문에 아이가 감정에 대한 표현을 행동적으로 할 때, 부모는 아이가 보이는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유추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자칫 부모가 잘못 유추하게 되면 엉뚱한 반응을 보이게 되고, 아이는 자신이 공감받았다고 여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감정표현이 서툰 아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억압하거나 혹은 부정하기도 한다. 분명히 지금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는데, 물어보면 괜찮다고 대답한다. 혹은 지금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지만, 이를 억압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혹은 반대로 매우 즐거운 척을 하기도 한다. 

 

감정표현이 서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지각도 어렵지만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감정 경험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 역시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불편한 갈등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2. 감정표현이 서툰 이유

 

감정표현이 서툰 원인은 크게 개인적 요인, 가족적 요인, 환경적 요인으로 들 수 있다. 먼저, 개인적 요인으로는 아이 자신의 기질이나 성격, 개인적 경험과 발달정도와 관련이 있다. 기질적으로 위험회피 수준이 높고,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아이들의 경우 감정에 대한 지각과 이해, 그리고 공감에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성격적으로도 연대감이 낮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타성이 부족함으로 인해 타인에 대한 공감도 어렵지만, 자기 지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으로 인해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 성장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면 안 된다는 신념을 형성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족적 요인으로는 부모의 영향과 양육환경 및 양육태도를 원인으로 살펴볼 수 있다. 부모 역시 감정표현이 서툴거나 억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 아이 또한 이를 모델링할 수 있다. 그리고 가정환경이 감정을 표현하면 안 되는 분위기라면 더더욱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사회는 전통적으로 남자는 울면 안 된다거나,  소리 내서 울면 복이 달아난다거나 하는 등의 감정을 억제하도록 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문화가 더 많이 자리 잡은 가정일수록 가족 내 분위기가 자기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감정을 억압하고 표현하지 않게 되며, 점점 자기감정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아이가 속한 학교 및 친구관계, 사회 문화적인 배경 등을 들 수 있다. 학교 내 교사의 교육방침으로 인해 교실 내에서의 자기표현이 억압되는 분위기이거나, 친구관계에서 감정표현들이 잘 수용되지 못하는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다거나, 혹은 아이가 속한 사회 및 문화적인 배경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다소 제한적인 분위기일 때, 아이들은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학습하지 못하게 되며, 이를 부정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3. 감정표현이 서툰 아이 도와주기

 

감정표현이 서투르거나 억압하는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부모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아이가 경험하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먼저 부모가 알아차리고, 아이에게 그 감정을 알려주고 공감해주어야 한다. 

 

숙제가 하기 싫다고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부모는 그 아이가 무엇 때문에 숙제가 하기 싫다고 하는지 먼저 원인을 살펴보고, 이면의 감정을 알아차려야 한다. 만약 아이가 숙제가 너무 어려워서 잘 못 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제하기를 거부한다면, 먼저 "숙제가 어려워서 하기 싫은 마음이 드는구나. 잘 못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 때문에 하기 싫고 짜증이 나는 것 같은데?"

 

자녀는 지금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감정을 내면에서는 느끼고 있지만, 그것이 두려움과 걱정 때문인지, 화가 나서인지, 속상해서인지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비언어적인 표현으로 나타내게 된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경험하는 감정에 대해 명확이 인지하고 이를 읽어주고 공감해 줌으로써 아이가 정확히 자신의 감정을 지각하고 표현이 공감받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감정을 명확히 인지했다면, 공감과 함께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속상한 마음에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누군가를 공격하는 행동을 했을 때, 부모는 아이가 느끼는 속상한 마음은 충분히 공감해 주되,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 네가 지금 동생 때문에 많이 화가 나고 속이 상하구나. 엄마는 충분히 네가 화날만하고 속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엄마라도 너의 입장이었으면 정말 속상했을 것 같아. 하지만 속상하고 화나는 마음이라고 동생을 때린다면 어떻게 될까? 너의 속상한 마음을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속상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되, 그 마음을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은 없었는지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좀 더 합리적이고 안전한 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부모가 함께 대화를 통해 도와주어야 한다.

 

감정표현이 서툰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감정과 관련된 도서나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이 감정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매체를 통해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학습한 경험을 자신의 삶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집에서  부모와 함께 역할극을 해보는 것도 좋고, 일상생활에서 경험된 일들을 가지고 대화를 나눠보아도 좋다.

 

하지만, 매우 심각하게 자기 억압이 이루어지고 있고, 감정지각이 안되거나 표현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확하게 진단을 통해 감정표현이 안 되는 원인을 살펴보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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