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독립
인간은 태어나서 줄곧 부모의 보호아래 성장하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포유류 들 중에서도 가장 늦게 부모로부터 분리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영유아기와 아동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들어서게 되면, 많은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벗어나서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부모는 갑자기 성장하여 부모 곁을 떠나려는 자녀의 모습을 보며, 언제 저렇게 성장했는지 놀라게 되기도 한다. 또한 오랫동안 부모의 보호와 돌봄 속에서 성장하다 보면 한 독립된 인간으로서 홀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때로는 부모가 자녀를 독립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녀가 독립하려는 것을 저지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는 언제 독립을 하게 되는 걸까? 청소년기? 아니면 만 18세 성인이 된 후?
1. 독립의 요소
인간의 독립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몸이 부모로부터 분리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요소에서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능력과 모습을 보였을 때, 우리는 독립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1) 경제적 독립
먼저 부모로부터 독립을 한다는 것은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생계유지비용을 스스로 벌어서 직접 관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전까지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아 일상을 살았다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직접 일을 하여 돈을 벌고, 또한 재정에 관한 것들을 직접 처리하는 것이다. 집은 따로 살고 있지만 일상 비용을 부모로부터 받아서 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는 진정한 독립이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2) 심리 정서적인 독립
자녀는 부모의 양육을 받고 보호아래 살다 보면, 많은 부분에서 정서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정서적인 독립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분리되어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대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모의 정서적인 부분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대처하고 처리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정서상태를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3) 사회적 독립
사회적인 독립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고 발달해 나가게 되는데, 부모의 보호 아래에 있을 때에는 많은 사회적인 관계들에 대해 부모의 개입과 영향이 많이 있었지만, 사회적인 독립을 하게 되면, 이러한 사회적 관계들에 대해 스스로 관리하고 관계를 맺어가게 된다.
2. 자녀의 독립을 막는 것들
1) 부모의 과잉보호와 간섭
부모가 자녀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을 함으로써 자녀가 혹시 실패나 좌절하지 않을까 미리 예단하고 준비해 주는 것, 그리고 자녀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들은 자녀가 삶에서 겪을 다양한 시련들을 대처하는 면역력을 제거하는 일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실패나 좌절을 극복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발달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거나, 혹은 부모가 대신 이를 해결해 준다면, 자녀는 살아가는데 겪게 되는 많은 어려움들에 대해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자녀가 어떤 결정을 할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간섭하고 자녀의 삶의 통제함으로써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기를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부모가 자녀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며, 부모 자신의 불안이 자녀에게 투영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부모가 자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제대로 훈육하지 않고 방관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용서하게 되면, 이 또한 자녀가 책임감 있는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2) 부모의 의존성
부모 스스로가 의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자녀를 통해서 부모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모습을 말한다. 자녀의 성적이나 성취결과가 부모 자신의 자존감과 연결이 되어 만족감을 경험하게 한다. 이는 부모 스스로가 독립된 인간으로서 서있지 못함을 의미하며, 자녀와 자기를 분리하지 못하고 동일시하는 것이다. 또한 감정적으로도 자녀와 분리되지 못함으로 인해 자녀의 정서상태에 따라 부모 역시 일희일비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부모의 의존성은 자녀가 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되고,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3) 부모의 부정적인 신념
부모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한 경우로, 부모가 자녀나 세상에 대해 부정적인 신념을 형성하게 되면, 자녀 역시 이러한 부정적인 여향을 받게 됨으로써 독립적으로 성장하는데 영향을 받게 된다. 부모 자신이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고 낮은 신뢰감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자녀 역시 불신하게 되며, 세상에 대한 불안 역시 높게 된다.
4) 부모의 대처능력의 미숙함
부모 자신이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자녀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미숙하게 대처하는 모습들은 자녀에게 영향을 줌으로써 자녀가 세상에 나가서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원들을 학습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혹은 학습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또한 부모의 미성숙한 의사소통 능력은 자녀와 건강한 소통을 하지 못함으로 인해 자녀가 성숙한 소통문화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한다.
5) 사회적인 환경의 영향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갈등이 팽배한 구조인 경우, 그 속에서 성장하는 자녀가 이러한 과도한 경쟁과 비교되는 문화 속에서 낮은 자존감과 불안한 정서를 형성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자녀는 정서적으로 독립을 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3. 자녀의 독립성을 돕는 방법
1) 책임감을 가르쳐라.
부모는 자녀가 자율성을 키워나가는 유아기부터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을 제공해 줌으로써 책임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작게는 식사시간에 숟가락 놓기부터 시작해서, 신발 정리 하기, 자기가 먹은 그릇 싱크대에 갖다 놓기 등 아이가 어리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역할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동기에 들어가면 스스로 용돈을 관리한다거나 하루 일과 계획표를 세워서 실천하게 하거나, 집안의 소소한 가사들을 분담하게 하여 좀 더 스스로를 관리하고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을 확대시켜 준다. 이렇게 자녀가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제공하고, 이를 잘해 내었을 때 충분히 칭찬하고 격려해 주며, 혹시 잘 못하더라도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가르쳐 준다면, 아이는 충분히 자존감도 향상되고, 책임감 있는 자녀가 될 수 있다.
2) 자율성을 보장하라.
부모는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어린 유, 아동기에는 부모가 몇 가지 대안 중에서 자녀가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하며, 아동기 후기와 청소년기에 들어서게 되면, 자녀가 스스로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한 것에 대한 자기 자신의 책임이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3) 실패와 좌절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실수나 실패, 그리고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실패나 좌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결과가 좌절이었다 할지라도, 그 경험에서 성장을 배웠다면, 자녀는 그다음에 더욱 발전된 자기 모습을 형성해 나갈 수 있다. 자녀의 좌절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 미리 많은 것을 준비하는 부모는, 실상은 자신이 자녀와 동일시됨으로써 자기 자신이 실패하는 모습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는 그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도 있고 변화할 수도 있다. 그 기회는 그 모습을 부모가 어떻게 바라봐주고 도와주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부모는 자녀가 아무리 실패나 좌절이 발생하더라도 그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며, 다시 재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4) 자녀를 믿어라.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마냥 어리게만 보이고, 뭔가 부족한 것 같고, 아직도 갈길이 먼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자꾸 불안해지고, 알려줘야 할 것 같고, 간섭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부모의 개입이 자녀는 불필요한 간섭과 잔소리로 여겨지게 되면서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이 증폭되기도 한다. 부모는 자녀를 신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내 자녀가 스스로 잘해 낼 수 있는 사람임을 믿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실수를 하기도 하고,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겠지만, 부모는 이것이 성장해 나가는 한 과정임을 이해하고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
서두에서 자녀는 도대체 언제 독립을 하는 것일까 의문을 제기했었다. 자녀의 독립은 어떤 나이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성장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독립되어 가는 것이다. 어떤 자녀는 이미 아동기부터 독립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고, 어떤 자녀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독립된 모습은 보이지 않기도 한다. 자녀의 독립은 나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스스로의 삶에 책임질 수 있는 인간이 되었는가가 결정하는 것이다.
2023.07.02 - [우리아이 왜 그럴까] - 부모양육태도: 자녀와의 의사소통(언어적 소통, 비언어적 소통)
2023.07.04 - [우리아이 왜 그럴까] - 자녀의 감정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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