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또래관계: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내 아이의 또래관계,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가끔 상담과정에서 부모들이 자녀의 친구관계 때문에 고민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내 아이가 좋은 친구를 사귀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녀가 학교에서 사귄 친구가 부모가 보기에 모범적이고, 공부도 잘하고, 성실하고, 말도 잘 듣는 착한 친구였으면 좋겠는데, 내 아이가 사귀고 있는 친구가 부모의 기준에 부합되지 못할 때에는 조심스럽게 그 친구와 사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게 되기도 한다. 

 

그 친구와 놀지 말라고 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부모가 보기에 좋은 친구로서 적절하지 않고, 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이 느껴지면, 이런 고민을 하게 되고, 종종 상담할 때 이 질문을 하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그럴 때면 나는 이런 질문을 하고는 한다. 

 

 

아이는 그 친구의 어떤 점 때문에 서로 친구가 되었을까요?

 

 

우리가 친구를 사귀게 될 때는 무엇인가 서로 끌림이 있기 때문에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전혀 접점이 없고, 마음에 드는 부분이 없는데 친구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보기에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데, 내 아이는 그 친구의 어떤 점 때문에 친한 사이가 되었을까? 그 부분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1. 좋은 친구란?

 

학령기 아동에게 있어서 중요한 발달과업 중 하나가 바로 또래관계의 형성이다. 또래관계는 사회성을 의미하며, 학령기에 형성한 또래관계의 질은 이후 발달과정에서 사회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또래관계에 신경을 쓰게 되고, 좋은 친구를 사귀기를 원하게 된다.

 

좋은 친구란 어떤 친구일까? 좋은 친구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최근 집단상담과정에서 초등학교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보면서 공통적으로 나온 아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친구는 바로 약속을 "잘 지키는 친구, 예의 바른 친구, 거짓말하지 않는 친구,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였다. 이를 범주화시켜 좋은 친구의 덕목을 정리해 보면, 신뢰감, 공감능력, 그리고 존중감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친구 간에 서로 믿을 수 있어야 하고, 서로 간의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약속을 잘 지키지 않거나, 금세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한다면, 이러한 친구는 좋은 친구가 아니라고 여기게 된다. 또한 서로의 마음에 대해 알아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슬플 때나 힘들 때, 이를 알아차려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친구라면 그 친구는 나를 잘 이해해 주는 친구라고 여기게 된다. 또한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줌으로써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다른 의견에 대해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름 자체도 인정해 주는 자세, 그리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3가지의 요소 외에도, 우리가 서로 친구관계를 맺을 때 좋은 친구라고 여기게 되는 요소들은 서로 간의 공통된 관심사,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경청의 자세, 어려울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것, 갈등이 일어났을지라도 금세 회복하고 화해할 수 있는 너그러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내 자녀가 어떤 친구와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면, 아마도 위의 여러 요소들 중 몇 가지가 자신의 가치에 부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2. 자녀의 친구관계, 부모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가끔 내 아이가 부모의 기준에 매우 못 미치는 친구를 사귀게 되었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 친구의 좋지 못한 점들은 아이에게 열거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 친구와는 사귀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상담실에 와서 이 방법이 적절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상담자인 나는 그 방법이 효과적이었는지 되묻는다. 그러면 많은 부모들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아이와 관계만 나빠졌기 때문이다.

 

아동기의 사회심리적 발달의 특징 중 하나는 아이가 이제 가정을 벗어나 사회적 관계에 몰두하는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발달과업이 또래관계인 것이다. 이는 아이가 이전 유아기 시절에는 부모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을 했었지만, 아동기에 들어오게 되면 부모보다는 또래와의 관계를 더 중요시 여김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또래친구를 나와 동일시하게 여기게 된다. 그런데 그런 친구를 부모가 비난하거나 부정적으로 표현하게 된다면, 아이는 그 부모의 비난을  친구가 아닌 나에게 하는 비난으로 수용하게 된다. 그러니 당연히 부모와 자녀 관계가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의 친구관계 형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선별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좋은 친구란 어떤 친구인지에 대한 개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지금 내가 만나는 친구들이 그 기준들에 잘 부합하는 친구 들인 지에 대해 스스로 탐색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인지, 좋지 못한 영향을 주는 친구인지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내 자녀가 그에 대한 적절한 개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부모가 지금 사귀고 있는 친구가 객관적으로 보기에 내 아이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주고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게 여겨진다면, 아이가 스스로 그에 대해 탐색하고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엄마가 보니 그 친구가 가끔 이럴 때가 있는 것 같은데, 너는 그런 모습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니?"
" 그런 생각이 들 때 너는 어떻게 하는 편이니?"
"너는 그 친구가 그렇게 하지 않고 어떻게 하기를 바라니?"

 

 

부모가 생각하는 부정적인 행동이나 말, 태도들에 대해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질문을 하고, 아이가 그러한 부정적인 모습들에 대해 자기 스스로 어떤 개념과 평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그러한 과정 속에서 앞으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부모는 내 아이가 그 친구와 어떤 점에 서로 끌려서 가깝게 되었는지를 탐색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느끼기에 그 친구의 어떤 점이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아이는 그 친구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부모가 이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게 되면, 오히려 아이는 내 친구를 폄하하는 부모를 적대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아이가 느끼는 그 친구의 긍정적인 느낌에 대해서는 존중해주어야 하며, 수용해주어야 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긍정성만 있는 것이 아니고 부정적인 느낌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 내 아이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고, 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더 살펴보아야 한다. 대체로 많은 부모들은 또래관계 문제에서 내 아이에 초점을 주기보다 부족하다 여겨지는 상대친구의 문제에 더 초점을 두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친구를 선택하고 사귄 내 자녀의 입장과 의사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내 자녀가 좋은 친구를 선별하고 사귈 수 있는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고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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