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구와의 갈등
아이들은 종종 또래 친구들과 다투게 된다. 갈등의 원인은 정말 다양하다. 오해로 다투기도 하고, 경쟁심 때문에 싸우기도 하며,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의 다름으로 인해 갈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흔히들 아이는 싸우면서 큰다고 하는데, 이러한 갈등의 경험들은 어떤 경우에는 아이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다툼이 성장의 기회가 되지는 않는다.
어떤 다툼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데, 친구 간의 다툼이 심리적으로 트라우마를 형성하기도 하고, 학교폭력 등의 심각한 결과로 인해 물리적인 피해를 입거나 입히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이 단순히 친구 간의 다툼을 넘어서서 부모의 다툼으로 번지게 되고,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되기도 한다.
친구 간의 다툼으로 인해, 또래관계에 손상을 입게 되면, 아이는 이로 인한 불안과 우울감을 경험하기 쉽다. 그러다 보니 집에 와서 방 안에 틀어박혀있기도 하고,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여 성적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부모가 보게 되면, 속이 상하고 아이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자칫 아이들 관계에 부모가 잘 못 개입해서 오히려 아이의 사회적 관계를 더 고립시키지는 않을까 염려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2. 또래관계
또래관계란, 비슷한 연령의 집단 혹은 무리를 의미하는데, 유사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으며, 외형적이거나 혹은 내재적인 일련의 행동상의 규칙에 대해 지배를 받기도 하며,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특히 발달과정에서의 동일선상에 있는 동일한 연령의 아이들은 또래관계를 통해 가정에서 경험 또는 학습하지 못하는 것들을 상호작용 속에서 경험하고 학습하게 된다. 부모자녀관계에서 경험하는 규칙과 상식 외에, 사회 속에서 배워야 하는 규칙과 상식, 그리고 상호작용 하는 방법들을 또래관계를 통해 학습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또래관계는 인간이 사회성을 발달시켜 나가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또래관계 형성은 아동기의 중요한 과업으로, 학령기 아동이 이 시기에 잘못된 또래관계 경험을 하게 되면, 이 경험은 앞으로의 발달과정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아이들의 또래관계의 경험을 어떻게 이루어나가는가는 아이의 삶에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또래관계는 매우 중요한 자신의 자원이기 때문에, 만약 이 관계에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면, 상당히 타격을 받게 된다. 또래관계에서의 갈등을 경험하고 피해를 입게 된다면, 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고립감을 경험하게 만들며, 이로 인해 상당한 불안과 우울을 경험할 수 있다. 또는 아이가 또래관계에서 상대에게 해를 가하게 된다면, 아이는 이후의 발달과정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타인과 조율하고 타협하는 것에 취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친구관계에서 어떻게 친구와 조율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가를 알려주어야 한다.
#3. 부모의 역할
자녀가 친구와 다투고 집에 돌아왔을 때, 표정이 좋지 못한 아이를 보고 부모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게 된다. 아이가 친구와 다툰 이야기를 하면, 부모는 크게 두 가지 양상을 보인다.
첫 번째는, 아이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상대 친구가 이상한 아이라고 오히려 더 아이보다 강한 어조와 표현을 사용하며 아이의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한다.
두 번째는, 아이를 나무라는 것이다. '왜 그렇게밖에 못했니?'라고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아이를 나무라거나, 혹은 '네가 잘하지 그랬니'라고 오히려 아이의 잘못을 나무라는 것이다.
자녀가 학교에서 친구와 다퉜을 때에는 먼저 상황의 자초지종을 들어준다. 어른들도 그러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객관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며, 일정 부분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설명을 하게 된다. 때문에 내 아이의 이야기를 100%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떤 부모는 아이를 100%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에게 객관적인 사실을 요구하기도 하며, 부모조차도 그렇게 판단하려 한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 알 수가 없다. 그 자리에서 직접 본 장면이 아닌 이상, 객관적이 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아이의 자초지종에 대해서 부모는 "사실"에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아이의 이야기에서 "사실"이 아닌 "감정"과 "생각"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아이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자초지종 안에서 부모는 아이가 그 상황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 관심을 두고 대화를 해야 한다.
아이: 내가 서 있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나를 밀치고 가는 거예요. 복도도 넓은데~ 그래서 왜 밀치냐고 했더니 그 애가 나를 째려보면서 욕을 했어요. 그래서 그 애한테 나도 욕을 해줬어요. 그러다가 싸우게 됐어요.
엄마: 그 친구가 갑자기 밀치고 갈 때 기분이 어땠었니? 그때 어떤 생각이 들어서 왜 밀치냐고 말했던 거니?
왜 밀치냐고 말할 때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했던 거니?
아이가 다퉜던 상황에 대한 아이의 감정과 생각에 초점을 두게 되면, 아이가 좀 더 자신에 대해 객관화를 할 수 있다. 아이는 다투고 난 후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에 휩싸여 있어서 상당한 정서적 혼란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는 당시 상황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통찰하게 되고 좀 더 나은 대처방법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아이 편을 들어주거나, 아이를 나무라는 방법은 아이의 감정과 생각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사실에 좀 더 초점을 두기 때문에 아이가 자신을 좀 더 객관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또래와의 갈등을 경험하였을 때, 아이가 스스로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촉진시켜 주는 가이더가 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에 대해 통찰하고, 객관화할 수 있게 되면, 이후에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지, 덜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자칫 부모가 자녀의 친구와의 갈등을 확대해석하여, 문제를 크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사소한 말다툼이나 갈등을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하거나, 학교에 강력한 항의를 함으로써 학교생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친구와의 갈등을 경험했을 때, 이 문제가 아이들 간의 화해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정말 학교폭력 수준이어서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항인 것인지에 대한 구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과연,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두 아이 간에 힘의 균형이 어떤지의 여부, 신체적인 폭력이 있었는지의 여부, 그 갈등이 지금 아이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형성하고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지금 내가 하려는 개입이 과연 우리 자녀의 이후의 발달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인지의 여부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또래관계에서 중요한 길라잡이가 되어주어야 하며, 좋은 모델링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의 갈등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개입하는 가의 모습도 사회적 관계에서의 갈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보여주는 모델이 된다.
2023.10.10 - [우리아이 왜 그럴까] - 또래관계의 어려움: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 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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