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 원인과 지도방법

 

규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 원인과 지도방법

자녀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하지 말랬지!",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가 아닐까? 부모가 정한 규칙이나 당부, 제안 등을 잘 지키지 못하거나, 규칙을 지키는 것을 우습게 여기거나, 혹은 반항하는 경우 부모는 이만저만 속을 끓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비단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의 원칙, 교사가 제시하는 학급에서의 규칙들,  친구 간에 지켜야 하는 규칙들 등 사람이 모여있는 사회에서는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선, 그리고 규칙이라는 것이 존대하는데, 이를 무시하게 되면 서로 간에 불편한 감정들이 형성되고, 이로 인한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 왜 그런 걸까?

 

 

1. "규칙"은 왜 필요할까?

자녀들에게 규칙을 지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왜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를 부모부터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문제로 상담실을 찾거나, 학교폭력으로 인해 조정과정에 참석한 부모들을 만나보면 의외로 왜 규칙이 중요한지, 자녀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1)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중요하다.

 

모두가 함께 사는 이 사회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규칙은 우리의 안전을 지켜준다. 만약 빨간 신호등에는 도로를 건너면 안 된다는 규칙이 없다면, 아마도 매일 우리는 끔찍한 사고에 대한 유스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친구 간에 서로 신체적인 폭력을 해서는 안된다는 규칙이 없다면,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위험한 상황을 만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규칙은 우리 자신을 보호해 주는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한다.

 

2) 더불어 사는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중요하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질서가 필요하며, 규칙은 바로 그 질서를 유지시켜 주는 핵심 도구이다. 운동경기에서 만약 규칙이 없다면, 그 경기는 무법천지가 될 것이며, 누구나 동등한 조건에서 실력을 겨룰 수 없게 될 것이다. 규칙은 우리 사회의 공정함을 지킬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규칙을 통해 우리는 예측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고, 버스를 탈 때 줄을 서야 한다는 등의 규칙을 통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예측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안정감을 경험하게 된다.

 

3) 개인과 공동체의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

 

규칙을 지키는 행위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따르는 행위가 아닌, 그 속에서 좀 더 나은 사람으로서, 더 나은 공동체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규칙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잠시 참는 훈련을 통해 책임감과 자기 통제력을 기를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우리의 학업이나 직장생활등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의 성공적 삶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또한, 규칙을 지키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과 같다. 규칙을 지킨다는 것은 이 사회에서 "신뢰"와 연결이 되며, 서로 간의 신뢰는 자신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공동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2. 아이들은 왜 규칙을 지키기 어려워할까?

 

아이가 말을 안 듣는 행동은 단순히 나쁜 아이여서가 아니라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

 

심리적 원인: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요!"

 

1) 자율성 욕구

 

만 2세를 전후로 해서 이 시기의 유아는 '내가 할 거야!'를 외치기 시작한다. 이는 아이가 자기 개념을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스스로 탐색하고 결정하려는 욕구가 강해짐을 나타낸다. 이때 아이들은 자신의 강한 욕구표현을 위해 부모가 정한 규칙에 대해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2) 관심 끌기

 

자신이 규칙을 어겼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부모의 태도를 자신에 대한 관심이라 잘못 인식하게 됨으로써 반복적으로 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할 수 있다. 대체로 동생이 태어났을 때 이런 모습을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했을 경우에도 이런 모습이 나타난다.

 

3) 불안과 스트레스 문제

 

부모자녀 관계에서 경험하는 불안이나 스트레스, 혹은 학교나 친구관계에서 경험하는 불안정한 정서경험으로 인해 아동은 예측가능한 규칙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불안을 표출하거나 해소하려는 시도를 한다.

 

발달적 원인: "아직은 어려워요!"

 

1) 자기 조절능력의 미숙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성적 판단과 충동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발달이 중요한데, 우리의 뇌의 전두엽은 20대까지 서서히 발달하게 된다. 부모나 교사가 제시하는 규칙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알고 있지만, 이를 지키고 스스로 충동을 조절하는 데는 아직 뇌발달이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2) 인지능력의 한계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가 제시하는 규칙을 문자 그대로, 자기중심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뛰지 마라'라는 교사의 지시에 대해 교실만 안 뛰면 된다고 이해하고 복도에서는 뛰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자기 방은 자기가 청소하는 것이라고 규칙을 이야기하면, 자녀는 자기 방만 청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즉, 아직 뇌발달이 충분치 않은 아동은 어른이 제시하는 규칙의 의도나 복잡한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3) 기억력 한계

 

아직 뇌발달이 충분치 않음으로 인해 기억력에 한계가 있어서 제시받은 규칙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학습한 규칙인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않고 일화성 기억이나 단기기억에만 머물러 이번에는 지켜도 다음에는 잊어버리는 것이다. 특히 너무 많은 규칙을 한꺼번에 알려주게 되면 아이의 머릿속은 과부하에 걸리고 말 것이다.

 

양육적 원인: "우리 집 규칙은 뭐지?"

 

1) 일관성 없는 양육태도

 

부모의 일관성 없는 태도는 자녀로 하여금 규칙에 대한 혼란감을 형성하게 한다. 오늘은 허용했다가 다음날에는 금지되는 등의 오락가락하는 규칙의 제시는 자녀로 하여금 규칙은 언제든 깨질 수 있고, 기분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인식하게 한다. 

 

2) 너무 많고 어려운 규칙들

 

부모의 양육태도가 엄격하고 권위적일 경우, 자녀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제시하는 지나친 규칙은 오히려 자녀로 하여금 지레 포기하게 하고 규칙 따르기를 거부하게 만든다.

 

3) 부모 모델링

 

부모 스스로가 규칙을 지키고, 규칙에 대해 엄중하게 여기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자녀에게는 규칙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는 규칙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기 어렵다. 부모가 현실적인 이유로 무단횡단을 한다거나, 혹은 누군가와의 약속을 쉽게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거나, 특히 자녀와 한 약속등을 가볍게 여기고 지키지 않는 다면, 자녀는 더 이상 약속이나 규칙에 대해 어겨도 되는 것으로 학습하게 될 것이다.

 

4) 지나치게 허용적이거나 권위적인 양육태도

 

부모가 지나치게 허용적인 경우, 자녀는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게 돼서 규칙을 쉽게 어길 수 있다. 또한 반대로 지나치게 권위적일 경우에는 오히려 자녀의 반발심을 키워 규칙을 거부하게 할 수 있다.

 

 

3. 현명한 부모를 위한 연령별 지도 방법

 

STEP 1. 영유아기 (만 1-3세): 쉽고 명확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 규칙은 최소한으로 알려주세요!  안전과 관련된 필수적인 규칙 1~2개부터 시작한다.

  "차도에서는 손을 잡고 걸어요", "뜨거운 건 만지지 않아요"

•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세요!:

"뛰지 마!" 대신 "살금살금 걷는 거야"처럼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행동을 알려준다. 긍정적으로 명확하게 알려줄 때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몸으로 직접 보여주세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손을 잡고 걷거나, 위험한 물건에서 아이를 부드럽게 떼어놓는 등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칭찬은 최고의 무기!

규칙을 잘 지켰을 때 즉시 지킨 행동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칭찬해 준다. 즉각적인 구체적 칭찬은 자녀의 앞으로의 긍정적 행동의 동기가 된다.

 

STEP 2. 유아기 (만 4-6세): 이유를 설명하고, 함께 규칙을 만들어요!

• 짧고 간단하게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유아의 경우,  "장난감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에 또 재미있게 가지고 놀기 위해서야"와 같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규칙의 이유를 설명해 준다. 아동 및 청소년의 경우에도 무조건적인 규칙제시보다는 왜 이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자녀에 상황에 맞게 설명해 준다면 자녀는 훨씬 이해하고 지킬 수 있다.

• 선택권을 주세요!

 "이제 장난감 정리할 시간이야. 자동차 먼저 정리할까, 블록 먼저 정리할까?"처럼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게 함으로써 자율성을 존중하고 저항을 줄일 수 있다.

• 함께 규칙을 만들어요! 

가족회의를 통해 "우리 집 놀이 규칙"처럼 아이와 함께 규칙을 정해 본다. 아이는 자신이 만든 규칙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며, 특히 부모와 함께 만든 규칙을 통해 가족 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 예측 가능하게 알려주세요!

 아이들은 자신의 세계 속에 빠져 있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있다. 시간에 대한 규칙을 제시할 때는 "5분 뒤에 장난감 정리할 시간이야"라고 미리 알려주어 아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STEP 3. 아동기 (만 7세 이상): 논리적인 대화와 책임감을 가르쳐요!

• 결과를 함께 예측해 보세요! 

"숙제를 지금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와 같이 아이 스스로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대화를 유도한다. 아이들은 실상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에 대해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직접 예측해 봄으로써 논리적 사고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

• 감정을 읽어주세요! 

규칙을 어겨 속상한 아이의 마음을 먼저 공감해 준다. "게임 더 하고 싶은데 그만해야 해서 속상했구나. 하지만 우리 약속은 지켜야 해."와 같이 아이의 감정을 인정한 후 규칙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 좋다.

• 일관된 결과를 경험하게 하세요!

약속된 규칙을 어겼을 때는 미리 정해둔 결과(예: 스마트폰 사용 시간 줄이기)를 일관되게 경험하게 해 준다. 이는 벌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배우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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