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지루해하는 아이, 왜 그럴까?
요즘 상담실에 방문하는 많은 아동, 청소년들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지루해요, 심심해요'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무료하게 있다면 지루하고 심심해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무엇인가를 하고 있음에도 아이들은 지루해하고 심심해한다. 공부를 하고 있어도 지루하다고 하고, 게임을 하고 있음에도 심심하다고 하다. 우리 아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늘 지루하고 심심해하는 것일까? 이유를 알기 위해 우리는 먼저 '지루함, 심심함'에 대해 먼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1. '지루함, 심심함'의 의미
'지루하다, 심심하다'는 우리 뇌가 자극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의미한다. 뇌의 보상 시스템과 관련이 있는 도파민이 부족할 때, 우리 뇌는 흥미를 잃고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나를 일깨워줄 만한 자극이 부족하고 뇌가 활성화되지 못하다 보니 우리의 뇌는 자극을 추구하게 되고, 이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우리는 심심해하면서 다른 자극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빠른 변화와 자극적인 문화가 팽배한 오늘날의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이러한 지루함과 심심함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이유는 너무나도 많은 자극들에 노출되어 살다 보니 웬만한 변화와 자극에 무뎌진 탓일 것이다. 과거에는 너무 적은 자극과 단조로운 삶이 우리를 지루하게 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은 너무나도 많고 다양한 정보와 자극들로 인해 더욱 지루함과 심심함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2. 아이들이 지루해하는 이유
심리적인 문제
대체로 오늘날의 아이들의 지루함은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심리적인 문제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대체로 '지루함, 심심함'은 무기력감과 연관이 되며, 이는 우울, 불안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울하고 불안이 높은 아동이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좀 더 높은 무기력감과 지루함을 경험한다. 지루함과 우울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지루하다는 것은 흥미 저하와 무료함을 경험하지만, 또한 새로운 자극을 갈망하고 활동적인 생활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우울함은 새로운 자극이나 활동에 대해서도 욕구가 보이지 않는 경우로, 지루함이 지속되다 보면 우울감으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정서적인 안정이 잘 되지 않고 우울감을 느끼는 아동은 이러한 내면의 불안정함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자극들을 추구하게 되는데, 그것이 잘 해결되지 않을 때 심심해하거나 지루해하게 된다. 대체로 스마트폰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면서 입으로 계속 심심하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경우 이러하다. 이러한 아동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자극도구로서 게임을 선택하지만, 근원적인 부정적인 우울이나 불안이 해결되지 못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도 내적 갈증은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 강도 높은 자극을 추구하게 되고 이로 인한 중독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목표의 부재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뚜렷한 목표가 없고 동기가 부족한 경우에도 심심함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유, 공부하는 목적, 발전해 나가야 하는 동기가 부족하다 보니 지금 하는 모든 일들이 스스로에게 의미 없고 재미없는 일들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내가 공부를 함으로써 좋은 성취를 경험하고 발전해 나간다는 자기 효능감이 없다면, 아이는 공부를 하는 일이, 학원을 가는 일이 모두 무료하고 재미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활동들이 우리 아이들의 뇌 속에서는 좋은 경험으로 인식되지 못하다 보니 도파민의 활성이 잘 일어나지 못하게 되고 무료하고 심심하다고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과도한 스트레스
아이들이 지나친 학습량으로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할 때, 가정이나 학교 환경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할 경우, 이는 뇌의 기능을 저하시키게 됨으로써 매사에 흥미를 잃고 심심해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집에서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는 시간을 휴식이라고 여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진정한 휴식은 뇌를 쉬게 해주는 것으로 게임 등의 자극적인 매체는 오히려 아이로 하여금 더 많은 자극을 추구하게 만듦으로써 또 다른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한다.
3.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
늘 '지루해, 심심해'를 달고 사는 우리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의 지루함과 심심함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아이가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목표가 부족해서인지, 혹은 심리적인 문제 때문인지 등에 따라 부모의 도움의 방향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대체로 많은 부모들은 심심해하는 아이에게 뭐라도 하라고 조언을 한다. 하지만 정작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으며, 또한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휴식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세워주기
부모도 그러하지만 아이들도 '쉰다'는 개념이 잘못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쉰다'는 의미는 공부를 안 한다의 의미가 아님에도 많은 부모나 아이들은 쉬는 것은 바로 공부를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를 하지 않고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TV를 보는 것이 바로 쉬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쉰다'는 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주는 것이다. 말 그대로 과도하게 사용한 나의 뇌를 재충전할 수 있도록 휴식하게 하고, 지나치게 각성되어 있었던 우리의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주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쉬는 시간은 덜 자극적이어야 하며, 더 이완되고 편안한 시간으로 보내주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학업이나 여러 과업들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와 긴장을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일상에서 목표를 세우기
많은 아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학업이나 과업들에 대해 명확한 목표나 목적이 없이 그냥 엄마가 하라고 하니까, 선생님이 시켜서 등등 수동적인 태도를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능동성이 결여되고, 왜 공부하는지, 왜 숙제하는지 이유를 모른 채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게 된다. 그래서 공부를 하면서도 아이의 뇌는 점점 기능이 저하되고 이는 지루함으로 인식하게 된다. 아이에게 숙제를 하는, 공부를 하는, 학원을 가는 명확한 목표의식을 세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아주 작은 목표부터 아이가 직접 세우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작은 목표부터 성취해 나가는 경험은 아이의 뇌를 더욱 활성화시켜 줌으로써 점점 자신의 생활에 활력을 경험하게 한다.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기
지루해하는 많은 아이들의 경우,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집에 가족들과 있지만, 가족들과 상호작용을 하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주로 보낸다거나, 학교에서 또래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경우이다. 대체로 이러한 아이들은 지루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하고자 하는 욕구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는 오히려 내면에 상호작용에 대한 욕구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함으로 인해 고립감과 외로움을 경험하게 되면서 동굴로 숨어버리는 경우와 같다. 따라서 우리 아이가 지루해하고 심심해하는 뇌의 작용을 멈추게 하고 싶다면, 먼저 부모와 함께 상호작용 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함께 놀이를 하고, 함께 대화를 하고, 유튜브나 게임을 하더래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즐기고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활발한 관계 경험을 통해 아이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경험하게 되고,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지각을 하게 됨으로써 뇌의 활동 또한 활성화될 수 있다.
'지루함'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경험될 수 있는 정서이지만, 지나친 경우에는 우리 아이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부정적인 자기상을 경험하게 하기 때문에 부모는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이의 지루함의 원인을 잘 살펴보고, 혹시 심리적인 문제에 영향을 주며, 자기 발전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수준이라 여겨진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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