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귀찮아하는 아이
가끔 상담실에 방문하는 내담아동들 중, 매사 의욕이 없고 귀찮음이 많은 아동들이 있다. 이러한 아동들은 어떤 것들에 흥미를 잘 느끼지 못하며, 어떤 일에도 적극적이지 않고 귀찮아한다.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고, 어딘가를 가고자 하면 귀찮아하며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활동들에 대해 별로 재미를 못 느끼며, 사람들과의 접촉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자녀의 모습에 많은 부모들은 답답해하며, 혹시 아이가 우울한 것은 아닌지, 심리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궁금해하며 상담실에 방문하곤 한다. 항상 모든 일에 "귀찮아"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1. 의욕이 없고 귀찮아하는 이유
성취감 경험이 부족한 아이
성장과정에서 성취감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의 경우 의욕이 없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인해 매사에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다. 유아기의 아이는 발달과업의 일환으로 스스로 세운 다양한 목표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성취하는 경험들을 축적함으로써 자기 개념을 형성해 나가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부모가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가 대신해 주거나 실수나 과오에 대해 지나치게 비난하고 나무라게 된다면 아이는 자신의 성취경험이 좌절되면서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또한 스스로 해내는 경험이 부족해지면서 어차피 부모가 대신해 줄 것이라 여기게 되기 때문에 애초에 하고자 하는 욕구를 형성하지 않게 되어버리며, 이는 아동기에 가서 무기력감과 귀차니즘으로 발전하게 된다.
취약한 건강문제를 가진 아이
신체적인 체력이 부족한 경우, 아이는 쉽게 피로감을 경험하거나 지치게 되기 때문에 어떤 일을 행하는데 무기력해지고 귀찮아하게 된다. 신체발달 수준이 또래보다 늦거나, 면역력이 부족하여 쉽게 질병에 노출되는 아이의 경우,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머뭇거리게 되고, 쉽게 지치기 때문에 그 일을 회피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모습이 아이를 게으르거나 귀찮아하는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완벽주의의 아이
기질적으로 까다롭고 완벽주의의 아이는 성장과정에서 자신의 능력보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려 하다 보니 쉽게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잦은 좌절경험은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매사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회피반응을 형성하게 된다. 정서적으로도 불안과 우울감이 높아지게 되며, 어떤 과업을 행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늘 위축되고 무기력해지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이 의욕이 없고 귀찮아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자신이 해야 할 과업에 자신이 없고 불안해지다 보니 회피하게 되고 '귀찮아'를 입에 달고 살게 된다.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이
성격적인 특징이 내성적이며 소심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아이들의 경우 낯선 도전이나 어렵게 느껴지는 상황에 대해 쉽게 지쳐하고 회피하게 된다. 그래서 쉽게 의욕을 잃거나,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누군가 그 일에 대해 강요하게 되면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너무 많은 지지를 받은 아이
부모나 어른들로부터 영유아기 때부터 너무 지나치게 지지와 사랑을 받은 아이도 무기력감과 귀찮음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성취경험과 관련이 있는데, 지나친 관심과 사랑이 아이가 스스로 해내거나 어떤 욕구를 형성하고자 하는 상황 자체를 차단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스스로 무엇인가 가지고 싶고, 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형성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부모에게 협상을 함으로써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되고,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자신만의 노력을 실현하게 된다. 이를 통해 성취경험이나 좌절경험을 하게 되고, 이는 아이가 스스로에 대한 자기 개념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된다. 하지만, 부모나 어른이 지레짐작으로 미리 아이의 욕구를 예측해서 해결해줘 버리거나, 아이와 협상하고 노력하게 하기보다는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게 되면, 아이는 욕구를 가질 이유도, 노력을 해야 할 이유도 없어져 버리게 된다. 이는 결국 아이를 의욕도 없고 귀찮아하는 아이로 성장시킨다.
2.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
귀찮음이 많아진 아이는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내적 동기가 부족하게 되며, 미래에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꿈도 비전도 형성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아동기 초기까지의 '귀찮음'의 모습은 부모가 걱정으로 바라보게 되지만, 아동기 후기나 청소년기에 들어서서 보이는 아이의 '귀찮음'은 비난과 질책의 대상이 된다. 이는 아이의 정서, 사회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의 질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귀찮음'의 모습을 간과하지 말고 어떻게 우리 아이의 무기력함을 도와줄지 고민을 해야 한다.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라.
아이의 무기력감과 귀찮음은 성취경험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유아기 때부터 아이가 성취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성취경험은 단순히 성공하는 경험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했다는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비록 실패했다 할지라도, 부모가 과정에서 아이가 스스로 경험하고 노력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지지하고 격려해 준다면 아이는 충분히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나는 살아있다'는 경험을 제공하며,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을 형성하게 도와준다.
작은 목표를 설정하게 하라.
너무 높은 목표와 너무 방대한 계획은 쉽게 지치고 좌절하게 만들기 때문에 귀찮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적절하지 않다. 아주 작고 단순한 목표부터 세워서 차근차근 이를 성취해 나가는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이를 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필요할 경우, 부모가 그 과정에 함께 하여 아이를 지지하고 격려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되며, 이때 아이가 실수나 힘들어하는 모습에 대해 지적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가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체활동을 함께하라.
의욕이 없고 귀찮아하는 아이는 신체활동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며, 이는 다시 무기력감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아이와 함께 자주 외부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산책부터 시작해서 부모와 함께 하는 다양한 운동들을 통해 아이의 신체에너지를 활성화하도록 도와주게 되면, 아이는 점차 무기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이의 기질적인 특성을 이해하라.
기질적으로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위험회피 수준이 높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훨씬 더 귀찮은 모습을 보이기 쉽다. 아이가 기질이나 성격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새로운 것에 대해 회피하고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부모는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몰아세우거나,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이는 오히려 아이를 더 위축되게 만듦으로써 2차적인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조심스럽게 아이가 도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귀찮음의 의미를 이해하게 하라.
아동기, 청소년기의 아이들의 '귀찮아'의 의미에는 여러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있다. '하기 싫다', '관심 없다', '피하고 싶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말하는 '귀찮다'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자녀가 내뱉는 '귀찮다'가 무엇을 말하는지 아이에게 말해주고, 마음은 공감하지만 용인될 수 있는 행위는 아님을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숙제하기를 귀찮아하는 아이에게 '숙제가 하기 싫어서 귀찮다고 하는구나'라고 아이의 귀찮음의 의미를 알려주고 '숙제가 하기 싫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해야 할 너의 책임이다'라는 아이의 책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귀찮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며, 그 귀찮음을 참고 해내는 것이 진정한 성장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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